떠날 때를 안다는 것

영화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리뷰

by 사유의 서랍

* 본 리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주의.

* 어쩌면 리뷰인듯 리뷰아닌 리뷰인척하는 제 생각 풀이입니다.





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히어로물과 007시리즈가 결합하여 기상천외한 액션을 낳은 것 같은, 극의 극까지 간 설정들하며, 그 와중에도 중심은 한 남성이고 여성은 주변에 있다가 적이 되거나 이단의 여자가 되는데, 어쨌든 둘 다 죽는다. 늙어가는 히어로의 고군분투 첩보전을 보기에는 히어로물도, 액션물도, 탐크루즈조차 좋아하지 않아선지 늘 피로함이 남았다. 하지만 끝을 봐야한다는 한국인의 근성, 피로해도 한 번 보면 신나긴 하다는 점이 늘 나를 미션임파서블이 개봉하는 극장을 향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말이다.


이번엔 마지막이라 이단이 죽는다는 잘못된 스포까지 밟고는, 이제 이 피로함과도 안녕이라며 그의 마지막을 목격하러 갔다. 덕분에 '어차피 살겠지' 생각했을 때도 무섭고 스릴이 넘쳤던 탐의 물리(?)적인 액션을, 매번 죽을까봐 걱정하며 170% 즐겼다. 마지막이니만큼 그의 액션은 공중과 해저를 오가며 다채롭게도 펼쳐졌다. 우리나라영화였으면 자막으로 '따라하지 마세요'가 달렸을 법한, 잠수정이 다니는 깊이보다 더 깊은 곳에서 보호슈트를 벗고 수직상승하고, 실제로 날아다니는 비행기 위에서 매달리고 싸운다.


스릴을 지나치게 즐기던 와중에 이 대사가 나온다.

5997db994b2dbad22ace59eba14ba052.jpg
우리는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소중한 이들과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이단의 생각이고 이단의 동료들의 생각이어서 영화에서 세 번 정도 반복되는 대사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반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반감은 미션임파서블에 가지던 피로감과 상통하는 그것이었다. 비단 미션임파서블만이 아니라 기존에 보아왔던 히어로물과 007시리즈 같은 첩보물 전체에 가지는 느낌과도 같았다.


윤석열의 계엄 이후 우리네 삶을 보며 수면 위에 떠오른 생각 하나는, 세상은,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이들이 조금씩 구하더라는 것이다. 계엄 선포날 장갑차 앞을 막아선 이름모를 남자들과 남태령 고개에서 밤을 샌 무수한 2030여성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얼굴도 모르는 남녀노소 몇백만명. 목숨을 내놓고 세상을 구하는 몇 명의 히로인과 히어로 또한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만 그들 또한 수를 세어보면 얼굴도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히어로물 영화에서는 백인남성 한 명이 구국의 결단을 통해 목숨을 내놓고 이름모를 다수를 단 한 번에 구해내지만, 현실 세상에서는 이름 모를 다수가 무수하게 많은 시도로 조금씩 세상을 구한다.


내가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히어로물과 첩보물에 느낀 피로감은 그것이었다. 내가 현실세상에서 겪는 경험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정반대의- 사실을 위해 정교하게 쌓아올린 스토리와 구도와 그외 연출을 까만 상자에 앉아 주입받는다는 느낌. 백인남성이 세상을 구하게 하기 위해서 황인종 여성인 나는 돈도 내고 세시간도 바친다. 8편까지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이건 거의 종교다. 실제로 어느 백인남성은 얼굴도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을 나라밖으로 내쫓고 있다는 사실까지 합치면, 이 영화는 세뇌에 가까운 종교놀음이 된다.



꽤나 불쾌한 반감을 느끼고 처음 관람을 하고나서, 의외로 가벼운 마음으로 두번째 관람을 하러 갔다. 파이널 레코닝이 마지막 편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 시도 있지 않은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 이형기- 말이다. 한 사람의 히어로 혹은 히로인이 무수한 이름모를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이제 '떠나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때를 알고 떠나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관람은 스릴을 즐기지 못하는 나도 열심히 영화에 녹아들어 스릴을 즐겨보았다. 세상을 구하는 무수한 이름모를 히어로 중에 한 명 같은 연구원의 얼굴도 유심히 새겼다. 배경에 흘러지나간다는 감독도 찾아보았다. 그들이 마지막에 무수한 군중 속으로 흩어져 들어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은 백인 남성이 혼자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이제 무수한 이름 모를 군중이 조금씩 구하는 세상으로 섞여들어가며 끝나는지도 모르겠다.



2025.06.04

이름모를 누군가가 타자에서 적극적 주체로 거듭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선거는 그런 제도죠. 투표한 이름 모를 군중이 세상을 구한 히어로와 히로인입니다.







keyword
이전 05화가장 남성적인 것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