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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쉴만한 물가 Nov 27. 2024

방긋 아기씨

윤지회 글.그림  사계절출판


제목은 방긋 아기씨인데 표정 없는 아기는 바로 누워 곁눈으로 무언가를 주시한다.

아기는 화려한 패턴의 속싸개로 싸여 요람에 눕혀있고 아기가 있는 방의 벽지가 무척 고풍스럽지만 아기의 얼굴색만 제외하고는 흑백으로 그려져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초등 3~4 학년으로 구성된 책놀이 시간,

아이들에게 표지의 느낌을 물었더니 4학년 한준이가 손을 번쩍 든다.

" 부잣집 아기 같아요."

- 어딜 봐서 부잣집 아기 같니?

" 벽지도 그렇고 아기가 입고 있는 게 보통 아기들은 미라가 두르고 있는 붕대를 두르는데 저 아기는 저런 꽃무늬를 두르고 있는 것 보니까 그래요"

보통 아기들은 붕대 같은 걸 두른다는 소리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래도 한준이가 아기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한준이 말대로 커다란 붕대 같은 재질의 속싸개를 싸고 있으니 말이다.

한준이의 아이다운 시선과 적절한 직유표현은 찰떡이었다.


도서, 방긋아기씨. 사계절


아름답고 화려한 궁궐에 사는 왕비님이 있었어요.

하지만 왕비님은 마음 둘 곳이 없었고 늘 혼자인 것만 같았어요.

몇 해가 흘러 예쁜 아기씨가 태어났고 아기씨의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흘 밤낮으로 열렸어요.

왕비님은 종일 아기씨 생각뿐이었어요.

아기씨를 위해선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고 아기씨 곁을 잠시도 비우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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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네요, 왕자와 왕비님 얼굴색이 푸른색이에요. 왜 푸른색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행복하지 않아서요. 왕자하고 이혼했을 것 같아요.

  -왕비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왕비가 무슨 병에 걸린 거 같아요.


왕비님 눈동자에 비친 아기씨의 모습


얼마 뒤 왕비님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는데

그건 바로 아기씨가 태어나고부터 한 번도 웃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고민이 깊어진 왕비님은 아기씨를 웃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다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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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왜 태어나서 한 번도 웃지 않았을까요?

 -즐거운 일이 없잖아요.

 -쪽쪽이를 물려놔서 웃지를 못하는 거예요.


왕비님이 아기씨를 웃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예요.


아기씨에게 가장 귀한 비단실로 꽃수를 놓은 옷을 지어 입혔어요.

그래도 아기씨는 말똥말똥 엄만 쳐다봤어요.

이번에는 아기씨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한 상 차려다 먹였어요.

그것도 소용이 없자 재미있는 서커스를 준비해서 쇼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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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 엄마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해줘요" 하며 원성을 터뜨린다.

아기는 분유랑 이유식을 먹으면 되는데 모든 게 엄마가 좋은 일이라면서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상대를 위한다면서 선을 넘는다던지, 내 기준에 좋은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나요?


그래서 아기는 웃었을까요?



아니요, 아기는 웃지 않았어요.


'아기씨가 통 웃질 않는다더라.' 온 마을에 바람을 타고 소문이 돌았고

사람들을 웃음으로 고친다는 카르가 의사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왕비님은 카르가를 믿어보기로 했지요.



깃털로 아기를 살살 건드린 순간,

아기씨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지요.

"저 돌팔이를 당장 가두어라! 내 아기를 울리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감옥에 끌려가게 된 카르가는 몹시 다급해져서 왕비님에게 깃털을 갖다 대었어요.


웃음이 터진 왕비님


"아하하하 간지러워 잇~히힝 이런다고 내가 용서할 오호호 호호"

웃음이 터진 왕비는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까지 흘렸어요.


환하게 웃는 왕비님의 모습을 보고 따라 웃는 아기씨


아기씨가 가만히 왕비님을 바라보니 아기씨 눈에 환하게 웃는 왕비님이 비쳤어요.


그때였어요. 방긋, 아기씨가 웃는 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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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이 처음에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잖아요. 엄마가 웃으니까 아기씨도 웃게 되었어요.

-근데 이상하다~ 우리 엄마는 내가 웃어도 웃지 않던데~

-왕비님의 얼굴색이 달라졌어요!



"선생님, 아까 쪽쪽이 때문에 못 웃는다 그랬잖아요, 아기가 웃으니 쪽쪽이가 진짜 빠졌어요. 헤헷 "




핀란드 알토대 뇌과학자 라우리 누멘마 교수 역시

"인간은 서로를 반영하도록 연결돼 있어 다른 사람의 행동과 웃음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거나 들으면 그 정보는 바로 웃음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전달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대신, 엔도르핀과 엔케팔린, 도파민 등 스트레스 해소 호르몬을 분비시켜 기분을 고양시킨다.


사춘기 아이의 눈빛과 표정 없는 얼굴을 볼 때면 저 아이는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볼 때가 있었다. 아이를 탓할게 아니라 내가 먼저 웃어보기로 다짐한다.

이 글을 읽는 작가님들도 웃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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