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아도 괜찮아
지난주,
호수공원에서 잠자리를 처음 봤다.
"다음엔 잠자리채 가져오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분수를 지나쳤다.
그리고 오늘, 한 주의 시작.
인쭈는 자기 키보다 큰 잠자리채를 들고, 기수처럼 씩씩하게 중앙분수 쪽으로 향했다.
“잠자리야, 나와라~!”
분수 위를 빙빙 도는 잠자리들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엄마, 잠자리 나오면 내가 있는 쪽으로 몰아와.
여기서 탁! 잡을게.”
인쭈가 작전까지 세웠지만,
금지 표지판에 막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좀 나와~
계속 똑같은 곳만 돌면 어지러울 텐데.”
벌겋게 달아오른 인쭈의 얼굴.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
“인쭈야, 너무 더운데 우리 카페 가서 물 좀 마실까?”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물 한 잔을 꿀꺽 삼킨 인쭈가 말했다.
“가자!”
“집에?”
“아니, 잠자리 잡으러.”
ㅎㅎㅎ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한 오후,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잠자리는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함께 달린 발걸음은 남았다.
며칠 뒤 도서관.
책장을 넘기던 인쭈가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저번에 우리가 못 잡았던 거였어.”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잠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곤충이다.'
나는 웃음이 났다.
실패라 생각한 순간에도,
이렇게 남는 게 있잖아.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거야.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자라 간다.
#아직끝나지않은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