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잠자리야, 나와라

잡히지 않아도 괜찮아

by 끌림씨


지난주,

호수공원에서 잠자리를 처음 봤다.

"다음엔 잠자리채 가져오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분수를 지나쳤다.


그리고 오늘, 한 주의 시작.

인쭈는 자기 키보다 큰 잠자리채를 들고, 기수처럼 씩씩하게 중앙분수 쪽으로 향했다.


“잠자리야, 나와라~!”


분수 위를 빙빙 도는 잠자리들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엄마, 잠자리 나오면 내가 있는 쪽으로 몰아와.

여기서 탁! 잡을게.”

인쭈가 작전까지 세웠지만,

금지 표지판에 막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좀 나와~

계속 똑같은 곳만 돌면 어지러울 텐데.”

벌겋게 달아오른 인쭈의 얼굴.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


“인쭈야, 너무 더운데 우리 카페 가서 물 좀 마실까?”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물 한 잔을 꿀꺽 삼킨 인쭈가 말했다.

“가자!”

“집에?”

“아니, 잠자리 잡으러.”


ㅎㅎㅎ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한 오후,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잠자리는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함께 달린 발걸음은 남았다.






며칠 뒤 도서관.

책장을 넘기던 인쭈가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저번에 우리가 못 잡았던 거였어.”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잠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곤충이다.'


나는 웃음이 났다.

실패라 생각한 순간에도,

이렇게 남는 있잖아.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거야.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자라 간다.




#아직끝나지않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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