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잘 가, 반짝이별

다시 피어날 작은 것들을 위해

by 끌림씨


아침까지 이어진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거실로 나가자, 탁자 위의 하얀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잎사귀가 물에 젖은 머리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푸름을 머금고 있던 괴마옥, 반짝이별이.


괴마옥은 작년부터 키우기 시작한 다육이였다.

이름만 들으면 귀신 잡는 퇴마사 같지만, 실제 모습은 파인애플을 닮아 귀엽다.

통통하게 위로 뻗은 줄기, 야자잎처럼 길게 뻗은 잎사귀.

가시 없는 선인장이어서 더 정이 갔다.


결혼 전부터 플랜테리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

이번에는 인쭈와 함께 식집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이니까 물을 가끔 줘도 잘 자라는 다육이로!

로컬푸드 마켓에서 데려온 이 아이에게, 인쭈가 예쁜 이름을 붙여주었다.

“반짝이별!”


우린 흙상태를 살피고 달력에 물 준 날을 표시하며 정성껏 키웠다. 석 달 전엔 훌쩍 자란 것 같아 다육이 전용 흙을 주문해 분갈이 해줬다.

인쭈는 손에 사인펜까지 묻혀가며 반짝이별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반짝이별이 시들어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이번엔 정말 잘 키우고 싶었는데….

반짝이별아, 미안해.”

내가 속상해하자, 인쭈가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 반짝이별이 진짜로 들어?”

“응. 식물들도 다 듣는대.

좋은 노래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 실험도 있어.”

“그럼 우리도 들려주자. 그 노래!”


“다다라~ 다다리란~”

경쾌한 경음악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젖지 않는 종이 어딨지? 내가 부채질해 줄게.”

인쭈는 종이를 흔들며 열심히 바람을 일으키다가 고래 피규어를 가져와 반짝이별을 받쳐주었다.

“이제 됐어. 반짝이별 연구 책도 읽어줄게.

내일 아침에 다시 체크해야지!”


하지만 다음 날도, 반짝이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장마라 습기가 너무 많아서 안 되나 봐...”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인쭈가 다가와 말했다.

“괜찮아, 엄마. 우리한텐 구피가 있잖아.”


그 말에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래, 괜찮아. 반짝이별은 떠나갔어도

우리에겐 여전히,

키우고 사랑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까.




#반짝이던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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