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여름의 링 한복판으로

뜻밖의 포상 한 줌

by 끌림씨


“엄마, 잠자리다!!”

공동현관문을 막 열려던 순간, 집 앞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어느새 우리 집 앞까지 왔구나.

“잠자리채 챙겨갈까?”

“좋아~!”


과연 오늘은 잡을 수 있을까?


이마트 앞 사거리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잘 포장된 인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특별한 풍경이 나타난다.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작은 공간, 마치 시골 과수원 속 오두막 같은 정겨움이 스며 있는 곳.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묘한 매력에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따라가는 자보다 따라오게 하는 자가 되자”

한쪽엔 직접 쓴 듯한 손글씨 문구와 작은 책장이 놓여 있다.

최근엔 과일바구니도 하나둘 올려두셨다.

곳곳에 주인 할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는,

우리 동네의 숨은 레트로 핫플.



그 옆 자그마한 노지 위로 잠자리 무리가 뱅글뱅글 맴돌고 있었다.

“와~~ 잠자리 진짜 많다!”


잠자리 잡기 모드, 가동!


이얏!

우우.

얍!

으챠!


잠자리가 다가올 때마다 인쭈의 다양한 기합 소리가 푸른 하늘 위로 날아다녔다.


껄껄 웃으며 지나가는 아저씨,

“아고 덥겠다” 하며 그늘에서 하라는 할머니.

매미들 응원까지 합세하니 그야말로 여름의 링 한복판이었다.


20분쯤 지났을까.

타임아웃!

손풍기 바람에 물 한 모금 꿀꺽.

“아~ 시원하다.”

“원래 코치가 이렇게 챙겨주는 거거든.”

“코치가 뭐야?”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인쭈는 다시 링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거의 잡힐 뻔한 잠자리를 놓치고 아쉬워하던 그때, 부스럭부스럭 인기척이 났다.


그늘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시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무슨 일이시지?


“애기 엄마, 애기가 너무 예뻐서…”


조심스럽게 펼친 할아버지 손에는 휴지로 곱게 싼 자두 세 알이 담겨 있었다.


작고 소박한 선물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와~ 감사합니다!”

인쭈와 나는 활짝 웃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인쭈야, 열심히 잠자리 잡았더니 잠자리 대신 자두가 생겼네?”



다음 날,

남편이 물었다.

“냉장고에 있는 자두 어디서 난거야?”

“그게 있잖아…”


내 얘기를 끝까지 듣던 인쭈가 조용히 말했다.

“진짜 힘들었는데 그거 받아서 기분 좋았어.”


그날의 여름은, 자두빛이었다.




#여름한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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