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가 어머니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고 쓴 걸 보았다. 예쁘고 이상적이라고 느꼈다. 허나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과는 달리, 주변을 보면 의외로 희귀한 감정이라고 느껴진다. 그런 깊은 호의어린 유대감이 정상가족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져서 그렇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가장 첨예한 영역에 놓여 있다.
그건 나 역시도 그랬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느끼지는 못한다.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에 대해 갖는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아예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거래 관계 같은 부모자식관계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 이것은 부모와 자식 간에 원활함이 있을 때 가능한 것 같다. 나는 환경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객관적 상황과 관계없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부모에 대한 감정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모를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사랑한다. 사랑할 만한 조건에 놓여졌음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다만 어쩌다보니 사랑과 존경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아무래도 그러기는 힘든 부모자식관계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이상에서 멀어진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랑과 존경이 아니더라도 부모와 자식간에는 고유의 의미있는 감정이 있을 수 있다. 거기에는 증오와 혐오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했다. 사랑과 존경을 느낄 수 있는 부모의 존재가 있다면 참 엄청난 힘이 되겠구나. 그 사람의 자존감 형성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겠구나...하는 것. 사랑과 존경의 마음은, 그들이 부모로부터 보고 들은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부모 자신의 정신적 역량에 의해, 혹은 자식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서로가 살아가는 시공이 일치한 가운데 서로에게 사랑과 존경이 오가는 관계는 얼마나 충만하고 든든할까.
사랑과 존경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부모의 악덕이나 자식의 무관심 같은 것에서만 비롯되지 않는 것 같다. 소통의 문제는 소통의 부재뿐 아니라 주파수가 다를 때에도 일어난다.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신호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은 순간에 깨닫고 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내가 아는 사랑과 존경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추모하고 기억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