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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국 Oct 14. 2024

결혼 후 현명한 돈 관리

무엇을 하든 동등한 관계

사람들의 결혼 후 돈 관리는 두 가지로 나뉜다.

각자 번 돈은 따로 관리하거나 한쪽이 도맡아서 관리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개인적으로 마치 이혼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믿는다고 말은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라는 마인드와 배우자를 못 믿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무의식 중에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믿었으면 공유하지 않았을까? 물론 돈을 따로 관리함으로써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각자 얼마 낼지 정하는 것도 너무 짜친다.

그래서 나는 후자의 경우를 선호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기쁜 일, 힘든 일 뭐든 같이 해결해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모든 돈은 숨기는 것 없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돈을 같이 공유하고 관리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누가 주로 관리할 지에 대해서도 정해야 하는 것도 일인데, 돈을 누가 벌든 당연히 돈 관리 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고 남자가 돈을 벌어온다. 어느 날, 여자 쪽에서 일반적인 지출이 아닌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게 될 경우 돈은 남자가 벌어오기에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말을 꺼내기 힘든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관계가 싫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을 남자가 벌더라도 똑같이 가정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고, 단지 돈을 벌어오는 주체가 남자일 뿐인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여자도 남자와 같이 돈을 벌 능력이 충분히 되고, 그로 인해 맞벌이도 많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여자는 남자에 비해 집안일과 육아에 뛰어나기에 맞벌이를 하다가 둘 중 하나는 일을 관둬야 하는 일이 생기면 여자가 돈을 더 많이 벌지 않는 이상 당연히 여자가 일을 관두게 된다.
누가 됐건 본인이 일하던 것을 포기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것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배우자보다 돈을 버는 경우에 배우자에게 "너도 내가 돈을 버는 것과 똑같이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하게 될 경우에 너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말을 꺼내 달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배우자보다 못 버는 경우에는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사실 돈을 많이 버는 쪽이 위와 같은 말을 할 권리가 있고, 나와 배우자의 마인드는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배우자가 나랑 같은 마인드로 나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해도 듣는 입장에서 고마우면서도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람 간의 채무 관계에서도 돈을 빌리기 전에 채권자는 갑이고 채무자는 을이지만, 돈을 빌리고 나서는 그 관계가 바뀐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채무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채무자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매달 상황도 보고하며 이자도 주면서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에 갑을관계가 바뀐다. 이런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가까이 두면 안된다.
아무튼 나는 위 상황이 이 관계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본다. 돈을 벌어오는 쪽에서도 배우자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관계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배우자에게 위와 같이 말한다고 해서 당연한 권리구나 하고 그때부터 막 나가면 어쩌냐 할 수 있는데 애초에 그런 사람이라면 이미 결혼 전에 다른 경우에서라도 그런 모습이 보였을 것이고 결혼까지 가지도 않을 것 같다.
내가 말하는 요지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배우자도 서로 고마워할 줄 알며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꺼냈을 때 충분한 상의를 통해 돈을 어떻게 얼마나 쓸지 결정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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