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에종사하고 있어, 항상 집 달력에 한 달의 근무 스케줄을 메모하고 있다. 친정 엄마가 구해다 주신 달력이 그날그날의 근무 스케줄을 적기에 편해서 어김없이 한 달의 스케줄을 기록해 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력에 있는 사진 아래에, 작게 적혀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성냄은 마음의 불꽃이라 그동안 쌓은 복을 다 태워 버립니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참고 또 참아 진실된 마음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성내는 그 마음을 참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성냄이 마음의 불꽃이라고?'
여태껏 사소한 일 하나에도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에 성냄을 다 드러냈다. 그것도 모자라 타인에게까지 말로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던 나였던 것이다.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얼굴에 생긴 주름들이 내 잘못된 감정들의 결과물인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인상도 좀 덜 쓰고 성도 덜 내려고 애는 쓰고 있지만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한 번씩 치밀어 오르는 욱하는 마음을 제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무심코 냈던 나의 화들이 쌓아 놓았던, 내게 찾아올 좋은 기회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와 같은 나의 복을 태워버리다니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쌓아놓은 복조차도 얼마나 있었겠나 싶긴 하지만...
'아! 그래서 그동안 내가 잘 안 풀리고 있었나 보다. 성을 한 번씩 낼 때마다 내가 쌓아놓은 복도 태우고, 내 심장까지도 태워 버려 속병까지 생길 수도 있겠구나. 나에게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마음에 불을 질러 버리는 방화범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잘 못하면 큰 일 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이제부터는 성냄의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어야겠구나!'
누군가 나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내 주변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나와 맞지 않더라도, 먼저 화를 내기보다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화가 나고 성질이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일단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성냄의 불을 끈 이후에 맞닥뜨린 현실과 마주해야겠다 생각했다.
까딱 잘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쌓은 복마저도 다 태워 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다짐을 해도 매 순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성냄을 참는다는 것이.
지나가다 한 번씩 거울을 보면 여전히 인상을 쓴 채 굳어 있는 내 얼굴이 비치곤 한다.
하지만 항상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잊어버리지 않고 평생을 품고 살아야 할 말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 어디서고 쌓은 복을 다 태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