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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해와 큰 깨달음

병 진단 후 마음가짐

by U찬스



병을 진단받은 이후, 돈에만 집착하던 내가 마음의 중심을 바꾸게 된 일이 있었다.

일을 언제까지 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돈을 더 모아야겠다며 주식에 열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회사의 가치 분석 같은 건 아예 알아보지도 않은 채, 오직 단기투자로만 주식을 사고팔고 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산 주식은 한 번 오를 때는 엄청 올라도, 한 번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곤 했다.

가족 여행을 가서도 식구들 눈치를 봐 가며 주식창만 들여다보았다. 그런 수고를 감수하면서도 한 달의 매매 수익을 계산해 보면 본전치기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수익률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럴 때마다 깊은 자괴감에 빠지면서 나 자신이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졌다.

"그 타이밍에는 들어가면 안 되는 거였잖아."


"안 팔고 놔뒀으면 10%는 먹고 나올 수 있었는데... 아휴, 이 멍청이야!"

수익을 낼 때는 천국과 극락을 오가며 뛸 듯이 기뻤지만, 한 번 잃기 시작하면 마음이 그렇게도 괴롭고 지옥일 수가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 단타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는 모든 것의 중심이 오직 나에게만 있었다.

"나는 한 푼도 잃어서는 안 돼."

오직 그 생각으로만 모든 것에 임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을 나 자신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이렇게 생각했다면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좀 손해 봤지만, 다른 사람이 내 걸 싸게 샀으면 됐지."



얼마 전, 타지방으로 볼 일을 보러 가면서도 다시 그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었다.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집에서 역까지 가야 했는데 마침 동네 주변 버스정류소에 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짐이 잔뜩 실린 기내용 캐리어를 무겁게 끌고 버스에 오르려 하자 버스기사가 말했다.

"그거 들고 타시면 안 돼요."

당황한 나는 따지듯 기사에게 물었다.

"네? 왜요?"

그러자 바쁜 버스 기사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라고 하며 문을 닫았고, 나는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야 택시를 타고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 안에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나는 검색을 통해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큰 캐리어 버스 반입 금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버스 기사는 내 캐리어가 커 보여서 기내용 사이즈가 아닐 거라 판단했던 모양이었다.

역시나 택시비는 버스비보다 몇 배나 더 나왔다.


'아이, 돈 아까워 죽겠네!'

한 번 난 짜증은 택시를 내릴 때까지도 끝이 나지 않아, 나는 잠시 화를 멈추고 이렇게 생각했다.

'택시 기사님 매출 올려 드렸으니 됐다.'

생각의 중심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두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나 혼자만 잘 살겠다고, 나 혼자만 가지려 했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이 한없이 비참해질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세상 살기가 너무나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 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더 이상 얼굴을 붉히거나 마음 졸일 일이 없었다.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세상 사는 거 별 거 아닌데?'

맞다. 물론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이, 또 다시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지금 이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작은 손해가 다른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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