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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

by U찬스



20대 초반, 나는 살이 급격히 찐 적이 있었다.

지금은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지만, 한창 먹성 좋던 시절에는 몸무게가 평균보다 훨씬 많이 나갔다. 당시에는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움직이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뱃살이 너무 접혀 앉기에도 불편했고, 유니폼 치마의 잠금장치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떨어져 나가서 반짇고리를 찾기 바빴다. 살이 있으면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시기였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뿐만이 아니었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고,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혈액 수치가 좋지 않게 나왔다. 의사들은 항상 식이 조절과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결국 나쁜 습관들이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고, 그 결과는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그 시절 나는 폭식뿐만 아니라 폭음도 일삼기 일쑤였다. 술자리에서는 젊은 혈기에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 독한 술들을 입에 털어 넣기 바빴다. '술이 세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어지는 구토와 어지럼증은 혹독한 대가였다.

이렇게 무절제한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스스로 변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역류성 식도염까지 생겨 배 부르게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해지고, 심하면 먹은 것들을 그대로 게워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제야 나는 과식과 과음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제를 배우면서 조금씩 생활이 달라졌고, 건강검진 결과도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20~30대 때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마도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 것은 평생 따라다닌 둘러싼 부족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금전적인 부족함, 남들보다 약한 체력,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많이 가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때로는 약간 부족한 듯 사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많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쓰다 보면, 그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까지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절제는 단순한 자제력이 아니라,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다.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시간 동안, 나는 더 이상 넘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절제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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