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감 로봇에게 배운 대화의 법칙

by U찬스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 중에 '공감 로봇'으로 불리는 직원이 있다.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버튼만 누르면 공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사람이라, 이 별명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임신 12주 차인 직원이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임신 초기의 임산부라면 누구나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법이라 그 직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초음파 사진을 함께 보며 나름 공감을 해 준답시고, 나는


"요즘 기술 정말 좋아졌네. 이렇게까지 자세히 나오나 봐. 역시 나 때와는 많이 다르네" 라며 난데없는 '라떼 타령'을 늘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 12주 차 초음파 사진에서는 얼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고, 사람의 형상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공감 능력으로 정평이 난, '공감 로봇'은 역시나 달랐다. 나는 아무리 봐도 눈코입을 알아볼 수 없었는데, 그녀는 사진을 보자마자, "어머! 너랑 똑 닮았다!"라며 바로 감탄을 터뜨렸다.


그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제3자인 내가 들어도 진심에서 우러나온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엄마와 닮았다'는 말은 임산부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던가.


그 말을 들은 임산부 직원의 얼굴에는 금세 함박웃음이 번졌다.

"정말 나랑 똑같아요? 호호호"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알고 공감을 표현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는다. 반면, 나처럼 상대방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잘 보이려는 의도로 던지는 아부성 발언은 듣는 이를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직장 상사에게서 핀잔을 들었을 때도 유용하다. 어떤 사람들은 상사에게 혼난 후 서운한 감정을 본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며 하루 종일 표정을 굳히고는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철없던 시절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까지도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00님도 업무에 차질이 생겨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내 섭섭함을 잠시 접어두고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챙긴다면, 그 따뜻한 말 한마디에 화가 풀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상사라 할지라도 말이다.


직장에서는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과 팀으로 일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항상 나와 일치할 수만은 없다. 의견 불일치로 오는 갈등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럴 때 내 주장만 옳다며 큰 소리를 치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해서 진심 어린 공감을 표현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상대방도 듣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평소에 내가 듣고 싶은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를 이해해 주는 말, 인정해 주는 말, 믿어주는 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말들을 나 자신에게 먼저 건네는 연습을 해보자.


"이 일 때문에 마음이 많이 불편했겠구나. 힘들었겠다."


"그거 정말 잘하던데? 보는 내가 다 뿌듯하더라."


"내 생각엔 네가 그거 제일 잘할 것 같던데?"


이런 과하지 않은 공감의 말들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다가 적절한 순간에 상대방에게 건넨다면 어떨까?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고 믿는다.

단, 그 대화가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나누는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말이다.

keyword
이전 11화넘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