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허의 허상에서 그림자의 조각에 불과하단 걸 안다
심해의 공허에서, 질서의 음률 속에 갇혀, 심판받는 중이란 것을 안다
내 여섯 번째 작은 눈물이 흐를 때마다, 전우들의 희생에 의한 피눈물이었다는 것도 안다
그것은
손을 뻣을 만큼 가까이 있고,
닿지 못할 만큼 멀리 있으며
진실과 거짓의 교차점에서, 날 희망이란 이름으로 질식시키려 한다는 것을 안다
발버둥 치는 내 모습이, 한 낯 지나간 무대의 뒤를 밟는 꼭두각시라는 것을 안다
그곳의 그림자는 태양이 되니, 달의 꺼진 모습마저 포용해 주는 그 빛이, 사실 나의 것이란 것도 안다
전부를 알고 있음에도, 속박의 굴레에 묶여 죄인의 심판을 치르고 있으니
세상은 그저 종이 한 장에 불과하리란 것을 나는 안다
진실의 이면은 밖에 있으니
이젠, 위대하고도 존엄한 탄생의 이름을 밝힐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