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내가 10대의 나에게.
<명상록> 2002.06.27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채팅과 번개도 늘어났다. 번개는 컴퓨터에서 만난 사람끼리 컴퓨터가 아닌 실제 상에서 만나는 것을 말한다.
채팅... 나는 채팅을 나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이름이나 나이를 바르게 적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이 같은 생각인가? 내가 그러면 남도 그럴 거라는...
몰랐던 건 아닌데, 이름˙나이 등을 속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방을 속여서 무얼 하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고 건전한 채팅을 했으면 좋겠다. 나이를 속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 번개를 한다면 상대편은 아주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쁘게 원조교제를 하는 사람을 보면 할 말이 없다. 내 생각으로는 이해 불가능이다.
Dear Luna,
중학교 때 멋모르게 시작했던 E-Pal 이 있어. 편지를 주고받는 Pen Pal 대신 이메일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어. 영어공부를 하겠다며 E-Pal 사이트에 내 프로필을 올리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를 찾아보았지. 여러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친구는 영국 친구와 일본 친구였어. 특히 일본 친구는 그 시절 내가 정말 존경했던 것 같아.
내 또래였던 일본 친구는 가수를 꿈꾸는 친구였고, 스스로 작곡 작사를 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었어. 그리곤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까지 했지. 종종 보내주는 음악파일을 내 MP3에 넣어 듣곤 했었어. 영어로 부른 노래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일본어로 부른 노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었어. 그럼에도 곡과 그 친구의 목소리가 좋았어. 무엇보다 같은 학생인데 이렇게 다르게 살고 있는 그 친구가 멋있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멀어졌지만,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티 플랫폼이 생성되고 그곳에서 그 친구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지.
대학생이 된 나는 다른 일본 친구와 함께 그 친구를 도쿄에서 직접 만났어. 내가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친구를 현실에서 직접 만난 유일한 날이야. 오랜 시절 내 MP3의 플레이스트에서 흘러나오던 그 친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인사도 할 겸 도쿄 안내도 부탁했지. E-Pal 친구는 도쿄 토박이인데, 내 친구는 나고야에 살고 있어서 도쿄를 잘 몰랐거든. 신기하지 않아? 그 친구를 처음 마주했을 때, 중학교 시절 친구와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많이 떠올랐어. 그때는 더 이상 꿈을 좇지 않아 아쉬웠지만, 난 분명 그 친구의 팬이었어. 그리고 어쩌면 고등학교 때의 갑작스러운 나의 유학 결정은 나도 모르게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았던 곳일지도 몰라. 그때, 꿈을 향해 노력하는 그 친구를 보며, 분명 무언가 꿈틀거리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은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르고 다방면으로 이루어질 거야.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겠지. 이런 환경에서 나쁜 사람들 때문에 루나가 주저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변함없이 지금처럼 정직한 마음을 안고 스스로 부끄럼 없이 뜻한 대로 행동하며 앞으로 성장하길 바라.
(위험이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