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 아침도 몸을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혹사시키며 운동함으로 하루를 연다.
새로운 퍼스널 트레이너 선생님이 예쁘시다며, 남자 선생님들과 할 때보다 더 미모에 신경을 쓴다.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그녀인데, 더 가꾸길 멈추지 않는 그녀.
그렇게 함으로써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나다. 여자친구가 자꾸 더 예뻐진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어울리지도 않는, 트로피 와이프처럼 대하게 된다.
항상 반짝반짝 닦아주고, 소중히 여기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
그녀와 같이 대단한 가치의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나의 가치를 내세우려고.
아는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밥을 사줄겸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나까지 네 명이 모였다.
"결혼 축하해, 2년만에 보니 좋네." 라고 말했더니,
"형, 4년만에 보는 거거든? 나 3년 전에 이사하고 형 본 적 없어." 라고 말한다. 조금 미안했다.
그녀 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일과 집만 반복하며 바쁜 척하는 나라,
다들 나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경쟁 아닌 경쟁을 한다.
동석한 두 형들도 나와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시간을 되짚어본다.
한 형은 3년 반만에 본다. 시간이 참 빠르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나마 '최근' 에 본 다른 형은, 작년 8월 27일에 밥을 먹었다. 11개월만에 본 것. 너무 자주 본다.
몇년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인 건 좋았다.
저녁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을 먹었다.
맛있었지만, 그래서 내내 그녀가 더 보고 싶었다.
그녀와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아무래도 중간중간 밖에 다같이 서서 그들의 담배연기가 내 얼굴에 닿을 때,
그리고 와인 두 병을 마시고도 2차를 가자고 할 때, 그리고 이야기가 특정 방향으로 흐를 때,
역시 나는 남자들끼리 통상적으로 노는 데에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구나- 를 느낀다.
물 위에 둥둥 뜬 기름처럼.
나는 기름이다. 그래서 그녀라는 좋은 재료에만 스며들고 싶다.
같이 지지고 볶고. 함께 훌륭한 요리가 되고 싶다.
그녀는 며칠동안 노래를 부르던 옥수수를 오늘 드디어 먹는다.
아침에는 베스트프렌드 동료가 집에서 옥수수를 쪄서 갖다줬다. 너무 스윗하다며 감동.
... 하지만 맛이 없다. 인생은 역시 반전.
점심에는 마라샹궈를 먹으러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햄버거 집으로 선회.
햄버거 집에선 환풍시설이 고장 났는지 연기가 자욱해서, 화생방 훈련하듯 점심을 먹는다.
폭염을 헤치고 다시 업무 복귀. 점심마저 전쟁 같이 치른다.
저녁에 퇴근해서는 옥수수를 직접 삶아본다. 본인이 직접 하니, 그나마 만족스러운 맛.
어릴 때는 먹지도 않던 찐옥수수에 걸신 들린 듯 집착해서 먹어낸 그녀가 너무나 귀엽다.
'내가 요새 많이 허한가~' 하고 그녀가 웃음 짓는다.
그녀가 옥수수에 집착한 것 이상으로, 나는 요즘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다.
나야말로 요새 정말 많이 허하다.
그녀의 빈 공간을 그녀로밖에 틀어막을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하나 그녀 생각이 난다.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그렇게 사랑에 빠져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맘에 든다.
지나치며 들은 말인데,
좋아하는 것은, 백화점에서 옷을 봤는데, 내가 그 옷이 집에 와서 생각이 나서
다시 가서 그 옷을 사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정신 차리고 봤더니 내가 그 옷을 입고 길을 걷고 있는 것이란다.
정신차리고 봤더니 나는 그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옥수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서로의 빈 자리를 즐겁게 채우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언제나 보고 싶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