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녀의 장문의 러브레터와 사랑 고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랑한단다. 보고 싶단다. 아침부터 너무 사랑한단다. 너무 보고 싶단다. 막 뽀뽀해주고 싶단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절세미녀가 이리도 사랑해주는 남자다. 자존감이 아침부터 솟아오른다.
오늘 그녀는 곧 다가오는 중요한 업무에 관련된 자료 요구도 하고, 알차게 하루를 보낸다.
다만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은 휴가 중인데, 그녀를 비롯한 일부만 출근해 있기에,
그래도 조금 숨도 돌리고, 약간의 여유를 가지며 일할 수 있는 날이라 참 보기 좋다.
그녀가 느끼기에 스스로 무심하게 연락을 못 드렸지만 보고 싶었던 분들과 연락하고 약속도 잡는다.
수도승처럼 사무실에서 문서 작업만 하던 그녀가,
현재의 업계와 일터에서 어떻게 성장할지만 고민해야했던 그녀가,
오래 걸어온 길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날이 정해져있으니, 신기하게도 가치관이 달라졌다.
나와 그녀는 서로를 만나서 많이 변했다.
'남은 시간' 을 더 귀하게 여기고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됐다.
서로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되,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됐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사랑만은 영원하자는 사람들이 됐다.
나는 말한 대로 지키는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그녀를 사랑해줄 것이다.
내 사진을 찍고 간직하고 싶다는 그녀의 작은 소원을, 내가 언제나 그랬듯 사달을 내며 부풀려서,
여행 중에 프리웨딩 스튜디오에서 풀서비스 헤어 메이크업까지 받아가며 사진을 찍기로 했다.
프리웨딩 사진 세션은 내년에 할 거라서, 이번 세션은 '프리프리웨딩' 으로 부르기로 한다.
화가는 그림을 자꾸 그림으로서 세상을 예쁘게 한다.
음악가는 음악을 자꾸 만들어냄으로서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더 많아져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그러므로 그녀의 사진은 이 세상에 더 많이 남아야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자주 감상돼야 한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 사진을 찍히는 것도, 영상에 찍히는 것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 나의 모습이 우리의 추억으로 남는 것이 너무 즐거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외모에 심각한 열등감이 있었던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되짚어봤다.
답은 하나다. 그녀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그 곁의 내 모습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녀가 담긴 사진, 그녀가 있는 영상이라면, 나는 거기에 내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
그냥 그녀라는 존재가 담긴 매체가 세상에 폭주하듯 넘치면 좋겠다.
예술은 공유되어야 한다. 그녀는 나만 보기엔 아까운 존재다. 하지만 나만 가질 수 있는 존재다.
한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뿜어내는지, 증명돼야 한다.
그녀를 사귀자마자 나는 셀카를 찍기 시작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평생 처음으로 샀고,
포토앨범을 만들었고, 둘이 앉을 때마다 나의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모델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나는 '찍사' 가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리의 추억을 영원히 남기고 싶다.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오늘날의 사진과 영상은 영원히 남는다.
몇십년 후, 나의 주름이 깊어지고 그녀가 더 아름다워졌을 때,
이번에 찍는 프리프리웨딩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말해주고 싶다.
그녀의 과거가 이렇게 빛났고, 몇십년 후 현재의 그녀 모습은 더 아름다워졌다고.
결국 나의 부탁에 그녀는 거의 반강제로 하루종일 웨딩 촬영을 하게 됐다.
그녀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볼 생각에 벌써 감동이 온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도, 순백으로 빛나는 그녀인데. 하얀 드레스를 입는다면 어떨까.
분명 눈이 부실 것이다. 난 선글라스를 껴야할까.
그녀도 나와 스튜디오 촬영을 할 생각에, 새로운 플레어 스커트나 원피스를 찾아본다.
한 가지만 사고 싶다며 상품 페이지와 모델샷들을 보여준다. 모델들이 그녀만큼 예쁘지 않다.
그녀가 입으면 분명 더 아름다울 거란 생각에, 보여준 물건들을 모두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나의 바비 인형이다. 더 상품화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의 사진을 찍는다.
그녀의 영상을 찍는다.
그녀에 대해 이렇게 브런치에 오늘도 글을 쓴다.
오늘의 글로 6권의 30화를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7권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에 대해 180번을 부족한 글솜씨로 적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그녀는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빛나는 존재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여유롭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순백으로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