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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덥고도 습한, 기나긴 여름이었다.
작은 선풍기 하나로 버티면서 작은 골방에서 조율을 하고 있으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땡~~~'
'깡~~~'
'딍~~~'
'뚱~~~'
건반을 누르며 망치질을 하는 모습이 마치 한 여름밤의 대장장이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조율을 할 때만큼은 모든 신경이 소리와 핀에 집중된다고 한다. 시간순삭. 힐링의 시간.
그러나 잘 때 빼고는 모든 에너지를 생각하는 데에 집중하는 나는 역시나..
'땡~~~' 소리에
20년 전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그런 모진 말을 해서 상처를 주었나?
잘 지내니? 나는 지금 망치질을 하고 있어..
'깡~~~' 소리에
"할머니, 받아쓰기 100점 맞으면 로보트 사줘!"
바로 다음 주 100점을 맞아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할머니가 멋쟁이 코트를 입고 품에
로보트를 안아 들고 내게 걸어오는 모습이 생각나고,
'딍~~~' 소리에
"Nno야 이거 다 가져~"
늦은 새벽, 모든 이혼 절차를 마치고 엄마가 가게의 남은 잔돈을 나한테 다 주고 떠나는 장면이 생각나.
'뚱~~~' 소리에
웃고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하고 괴로워하던 지나간 모든 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쨘~! 두 시간이 순삭 되었습니다.
피아노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과거여행.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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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아무리 감정에 호소해도 세상은(조율결과)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