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을 처음 시작할 때 다른 어떤 선택지도 없이 무조건 합격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타이트하게 진도를 다 나가기만 가능한 개월 수가 내게 할당된 상태. 물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가 너무 높았다는 사실만 깨우치는 과정이었다. 치기 어린 목표가 귀여워지기까지. 역시 모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
나는 결국 시험에 떨어졌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니 낙심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희박한 확률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여름을 온전히 불태웠다.
물론, 꿈에서의 이야기이다.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니까.
매일밤 불합격하는 꿈을 꾼다.
악몽이란 무엇일까?
귀신 나오는 꿈, 쫓기는 꿈, 소중한 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는 꿈,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는 꿈. 나열하자면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내가 꿈속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는 꿈들은..
지각하는 꿈, 탈락하는 꿈, 준비 안된 채로 어떤 광장에 오르는 꿈 등, 실패에 관련된 꿈들이다.
하룻밤 사이에 10번 이상 잠에서 깨고를 반복하며 끝없이 지각하고, 다시 탈락하고, 어김없이 실패한다.
불가능하고 어려운 목표이긴 했지만, 나는 왜 그리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한 번에 합격하기를 바랐나.
그냥 조율사 A가 재밌어 보여서 아니었나?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었나? 하는 김에 용돈벌이라도 좀 해볼까 한 것 아니었나?
사실 아니었다.
내겐 이 시험을 꼭 붙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그게 다 무슨 의미였을까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