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간을 본 적이 있나요?
제가 바로 그 완벽한 인간입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완벽한 인간입니다.
튜너가 있는데 조율이 뭐가 어려워? 기타 줄을 얼마나 많이 갈았는데.
튜너가 시키는 대로 6현 대신 88개의 음을 맞추면 되잖아라는 깜찍한 상상.
그러나 실상은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그 튜너라는 것이 모든 것에 대응할 수 없다.
사람보다 기계가 정확하지 않을까? 정확한 사실이 언제나 아름다운가? 아니었다.
현의 상황에 따라 모든 피아노는 저마다의 다른 '인하모니시티' 값을 갖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하게 조율에 대한 이론서를 쓸 생각은 없지만(능력도 안되잖아) 간단히 얘기하자면 '인하모니시티'라는 것은 현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악기에서 배음의 주파수가 기음의 주파수의 정수배를 벗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벗어나는 정도를 인하모니시티라고 한다. 더 쉽게, 마치 피아노의 저음과 고음이 서로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음의 실제 주파수와 우리의 인식 차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아노 조율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귀는 피아노의 저음을 실제보다 낮게 인식한다.
우리의 귀는 피아노의 고음을 실제보다 높게 인식한다.
그래서 완벽한 수학적 주파수로 그래프상 평탄하게 저음부터 고음까지 조율을 하면 인위적이고 풍부하지 못한, 아름답지 못한 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저음은 실제보다 더 낮게, 고음은 실제보다 더 높게 조율을 한다.
처음 이 내용을 배우게 됐을 때 불현듯 떠오른 한 문장이 바로 이 글의 제목 "아름답기 위해선 불협화가 필요하다"였다.
물론 인하모니시티를 단순하게 불협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 불완전함이라고 하자.
그리고 저 한 문장이 피아노조율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시발점이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지만 봉준호 감독의 'L'art du Piksari' (삑사리의 예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의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예기치 않은 실수나 오해들은 사건이 전개되거나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된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의 중요한 순간으로 배치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신이 강림해서 전개의 치트키를 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에이~ 저 타이밍에 저렇게 자빠진다고~?" 왜 안 되겠어요? 그게 바로 인간입니다.
피아노에서의 미세한 불완전함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
결국 '인간'이라는 것도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능숙하다라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나는 그렇다. 언제나 적당량의 결핍이 좋다. 그런 결핍들이 매우 사랑스럽다. 개인적으론 한 치의 오차 없는 프로페셔널리티는 그다지 멋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