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을 위해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필기시험을 합격해야 실기시험을 응시할 수가 있다.
자 그럼 독학이 가능한가에 대한 여부를 알아본다. 조율사협회에서 나온 책 한 권이 있다는데.. 필기는 어찌어찌 독학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실기는.. 애초에 정보량도 많지 않고 검색만 하면 뭐라도 나온다는 유튜브에도 이렇다 할 강의가 없다.
그럼 어떻게 배우지.. 활동하고 있는 조율사들은 어디서 이 기술을 배운 것일까. 도제식이라고 밖엔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일주일간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아본 결과 국내에 두 곳, 조율을 가르치는 조율전문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것은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다만 걱정이 앞선다.
4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시험을 대비한 진도를 나갈 수가 있을지? 학원 입장에선 최대한 수강생을 오래 붙들고 있고 싶을지도? 물론 어떤 커리큘럼이 있는지, 뭘 배우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처음 조율 학원에 들어가서 한 질문은 응당 그러하듯이 “절대음감이 아닌데 조율을 할 수 있을까요?”였다.
당연히 아닐 걸 알면서도(?) 살짝은 미숙한 뉴비의 기운을 풍겨줘야 귀여움을 받을까 봐.
지겹게도 많이 듣는 질문이라는 듯 원장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조율이라는 것은 음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준이 되는 음과의 상대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하며 물었다.
“올해 있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까요?”
약간은 가소롭기도 하고 짠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회의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원장.
“시간이 너무 부족하죠~?” 다시 물었다.
“네~ 아무래도 그렇죠. 최소 진도 6개월을 나가야 하고 진도만 나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훈련이 있어야~ 한마디로 숙달이 되는데 못해도 1년은 걸린다~ 는 얘기인데, 그래도 지금 주어진 시간 동안 부단히 집중해서 시간을 많이 쓰시면 응시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수많은 원생들의 역사를 지켜본 원장의 반응은 내 목표가 쉽지 않은 것이란 걸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6개월 과정의 진도를 4개월로 압축해서 진행하는 과정이 있어요. 대신 수업이 더 타이트해지기 때문에 수강료가 그만큼 더 비싸집니다"
방법이 있구나. 금액을 따져보니까 6개월(최소 진도) 분량의 수강비를 4개월로 압축시킨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강료는 똑같은 것이었다. (아 결국 최소진도를 위해서 이만큼은 받아야 된다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시험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보니 한마디로 나는 진도를 다 나가자마자 바로 짐을 싸서 시험장으로 출격하게 되는 꼴이었다.
"그리고 5~6월에는 필기를 대비한 이론 수업이 열립니다. 그것의 수강비도 따로~ 있고요"
"네 할게요"
"한번 도전해 보시겠어요?"
"네 합니다"
"그럽시다~!"
이미 일주일간 여러 정보들을 취합하고 각오하고 찾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실 원장이 무슨 말을 하든 들어보고 결정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오늘부터 할까요?"
내가 물었다.
"그러세요!"
학원의 전경은 마치 어린 시절 다니던 80년대 서예학원의 느낌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연습실이 약 10개 정도 있었다.
오래된 작은 미니선풍기, 벽에는 다른 사람들이 연습 중 끊어먹은 피아노 현들이 전리품처럼 걸려있었다.
벽 사방에는 낡은 노란색 스펀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방음을 위해서겠죠)
원장이 공구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손에 든 망치 같은 것을 보여주며
"이런 것 본 적이 있어요? 이걸 피아노 조율 해머라고 합니다"
(본 적 있어요! 조율사 A가 200개가 넘는~ 튜닝핀에~)
"아뇨. 처음 봤습니다"
"피아노에는 약 230개가 넘는 핀이 있는데~ 그 핀 하나마다 한 개의 현이 달려있어요. 그러면 이쪽으로 당기면 음이 어떻게 될까요?"
"올라가요!"
"그렇지~!"
"그러면? 이쪽으로 돌리면 음이 어떻게 될까요?"
"내려가요!"
"그~렇지!"
피아노 유치원에 다니는 햇님반 원생처럼 대답했다.
나도 젊었을 적.. (지금도 젊습니다)
학생들을 꽤 많이 상대했던 사람으로서 배우려는 사람이 어쭙잖게 아는척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꼴을 못마땅해하기 때문! 배우려는 사람은 배우려는 자세가 돼있어야죠! 그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선생한테도 좋은 것입니다.
첫날 배운 것은 '동음조율'이란 것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할 예정이지만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도'라고 말하는 음은 해머가 3개의 현을 동시에 때린 소리이다.
3개의 현이 오차 없이 '도'라는 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현 3개를 이리저리 흐트러뜨리고 다시 완벽한 하나의 음으로 맞추는 작업을 배웠다.
"자~ 이걸 앞으로 연습하겠습니다. 잘 안될 거예요.. 그러면 지금부터 한번 해보세요! 다 하시면 부르세요"
"네!"
이제 드디어 나도 해머를 만져보는구나.
조율사 A가 떠오른다.. 언제나 내 주위를 유령처럼 떠도는 그 남자의 그림자.
해머를 돌리는 모습이 마치 항해사가 조타핸들을 돌리는 모습이었지.. 아, 됐고.
조심스럽게 해머를 돌려본다.
도레미파솔라시도.
한 옥타브의 동음조율을 배운 대로, 시킨 대로, 하라는 대로.
된 것 같은데? 할만한데? 쉬운데? 이게 어렵나?
다하면 부르라고 했는데.. 유난히도 내성적인 햇님반 Nno는 부르지 못하고 기다리기만 하였습니다.
그때 원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다 하셨어요?"
"네.."
"자 한번 봅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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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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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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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건.. 천재야..!"
"???"
"아니 하루 만에.. 단번에 이렇게..!"
"ㅎㅎ?"
아 이분은 학생 사기를 올려줄 줄 아시는 분이구나~ 이게 뭐라고 천재소리까지 해~?
이게 어려워? 이걸 못하는 사람이 있어? 아니면.. 내가 진짜 천재인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