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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o Nov 19. 2024

A라는 씨앗을 심는 일

표준음고 A = 440hz 피아노 조율은 이 씨앗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도를 맞추고 레를 맞추는 것이 아닌, 모든 것에 근간이 되는 A와의 관계를 생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씨앗을 위해 소리굽쇠라는 키가 주어집니다. 그 씨앗은 후에 88개의 노트로 자라납니다.






조율사 A를 만나고 내면의 여러 갈등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피아노 조율사가 될 수 있는가? 뭐, 직업으로 삼겠다는 건 아냐~

내겐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진짜?)

일단 '조율사'라는 타이틀.. 멋져 보인다. 멋진 것은 일단 하고 봐야지? 배가 덜 고픈 건지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돈 없고 굶주려도 '멋'이라는 게 중요한 사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해야 할 이유는 충족된다.

하지만 돈도 벌 수 있으면 더 좋겠는데.. 그래! 돈도 벌자. (멋이 중요하다며)

돈을 받고 할 수 있는 실력과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은 결코 같은 차원의 것이 아니다.

돈을 받을 만한 실력을 목표로 두고 해야겠다. 그것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이다.

이런 식으로, 결국 돈을 벌어야지라는 마인드셋까지 도달. 합리화 완성.


근데 "내가 피아노 조율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시전한다.


'피아노 조율사 되는 법' '피아노 조율 어렵나요' '피아노 조율사 전망'


없다. 마이너해도 한참 마이너한 분야이다. (뭐든지 마이너 한 것에 끌리는 내 입장에선 오히려 좋아)

아무리 검색을 해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정보가 너무 적다.

피아노 조율에 관련된 자격증은 없는가? 국가에서 공인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목표지향적 인간, 목적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다.

"오늘 하루 즐거웠으면 됐지~"라는 것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마인드.


그리고 있었다.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이란 게.

<피아노 조율 기능사> <피아노 조율 산업기사> 크게 두 가지로 존재했다.

악기는 피아노가 유일하게 국가공인 자격증이 있다는 것. 그만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의 증명일 것이다. 

기능사 (구 2급 조율사)

산업기사 (구 1급 조율사)

기능사는 업라이트 피아노, 산업기사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대응하는 자격증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 각종 자격증 목록들을 살펴본다.

요리, 미용, 건설, 금속.. 셀 수도 없이 많은 국가공인 자격증들이 있었다.


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극악의 합격률을 자랑한다는 게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이라고..


매년 평균 합격률 10~20%?


10명 중 1,2명이요?


나는 그만 좌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일리가 없다.

이거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이유.

악조건을 파훼하는 일은 얼마나 흥미로운가. 합격률이 80% 이상이었으면

나는 그 순간 이 일을 단념해 버렸을 것이다.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다.


그러면 2024년 시험 일정을 보자.


필기시험이 6월.. 실기시험이 8월~9월..


지금이 3월.. xx일.. 이니까..

음.. 4개월 남았네요.


검색한다.

'피아노 조율사 따려면 얼마나 해야 되나요?'

'피아노 조율사 최단기간 합격'

'피아노 조율사 합격 썰 푼다'


역시나 결과값은 많지 않다.

많지 않은 내용 중에서도 "최소 1년은 잡아야 합니다" "빨라도 1년" "현직 피아노조율사 활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매년 시험에 응시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나는 지금 굉장히 무식, 아니 용감하다.

와중에도 내년에 붙으면 되지!라는 플랜B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무조건 단칼에 끝낸다라는 생각만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르는 일에 대해서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왜 못하겠는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인간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미지의 '씨앗'을 심기 위해

내 안에 지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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