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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화만사성 Oct 27. 2024

사실혼 배우자의 사망시, 재산분할청구권과 상속권은?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6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친족법 상담일지 #6


박상홍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 상대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이 인정될 수 있나요


A씨는 종갓집의 3대 독자로 태어나,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압박과 유교적 관념 속에서 복잡한 결혼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1977년, 그는 첫 번째 아내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첫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고, 기대와 달리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져 결국 협의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81년, A씨는 두 번째 아내와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지만, 운명은 다시 그를 괴롭혔습니다. 두 번째 아내와 동거하던 중 다시 태어난 아이 또한 딸이었고, 출산 중 비극적으로 두 번째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슬픔과 상실감 속에서 지내던 A씨는, 1984년, 세 번째 아내인 B씨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피어났습니다. A씨와 B씨는 얼마 후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고, A씨는 대를 이은 공로를 인정받고, B씨도 종가집의 며느리로 집안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A씨의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산 때문인지, 시댁에서는 B씨에게 손자가 조금 더 자란 후 혼인 신고를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B씨는 A씨를 사랑하고 믿었으며, 물질적 풍요 속에서 큰 불만 없이 살아가고 있기도 했기에, 시댁 어르신들의 말을 믿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의 어느 날, 갑작스럽게 A씨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B씨의 믿음은 모두 뒤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시댁에서는 B씨에게 대를 이을 수 있는 손자를 낳아준 것에 대한 감사는 표했지만, A씨와 법적으로 혼인 관계는 아니었기에 재산을 나눠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고민 끝에 시댁 식구들의 영향력이 뻗치지 않는, A씨의 두 딸이 상속받은 재산에서라도 자신의 몫을 받아 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이에, B씨는 두 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는 A씨의 직계비속인 두 딸은 A씨가 B씨에게 부부로서 혼인관계를 종료하는 경우 부담해야 할 재산분할채무를 상속받은 것이므로 이를 대신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두 딸은 처음에는 B씨의 처사에 무척 화가 났고, 주변에서도 B씨의 요구를 따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어서 생계가 막막해진 B씨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하여, 심사숙고 끝에 A씨에게도 실질적으로 상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이 상속받은 재산 중 은행 예금채권 5억 원을 B씨에게 양도하기로 협의해 조정조서가 작성되었습니다.


그런데 B씨가 예금채권을 양도받은 후 얼마 뒤, 갑자기 국세청에서 B씨에게 증여세를 내라는 납세고지서를 보냈습니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자신의 권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던 B씨는 재산분할이나 상속과 같은 제도의 틀 안에서 자신은 조금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어, 법률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의뢰인의 문의 사항]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 상대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이 인정될 수 있나요


[박상홍 변호사의 솔루션]

Q)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 상대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이나 상속권이 인정될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는 사실혼관계에 있어서도 당연히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의 법질서에서, 부부재산에 관한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법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혼관계에도 이를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즉, 결별)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이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혼인 신고가 되고서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인 신고가 된 경우에는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되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어서는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인정되지는 않아 법률혼과 사실혼의 보호 범위에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보아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입법 개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3. 28. 결정 2020헌바494등).


결국, 안타깝게도 현행 민법 하에서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관계가 종료된 경우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고, 재산분할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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