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이라는 벽, 그 너머
이 챕터를 쓰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이 장에서는 취준과 별개로 여러분이 회사를 취업했을 때를 고려하고 쓴 내용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회사에 간다고 전부가 아냐’라는 말을 삼킨 적이 여러 번 있다.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인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 이런 말이 귀에 담길리가 없다. 필자도 취준생 때 내가 원하는 기업에 붙여만 준다면 큰절을 100번을 할 수 있다고 다짐했었다. 취준생들에게 중요한 건 취준 너머의 이야기 보다는, 당장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조언을 말하고 싶다.
“내가 원했던 회사는 생각보다 멋있지 않다. “
기업은행이든, 삼성전자이든, 정말 원했던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잠시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구성원이 된 것만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했으며, 회사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면 지난 날의 고생이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 점은, ‘단순한 감사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들에겐 42km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겠지만, 기업들은 마라톤을 완주한 체력 좋은 이들에게 보상과 함께 꽃가마를 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좋은 보상, 워라벨과 복지도 결국 기업의 최종적인 목표를 쫓을 수 밖에 없다. 여러분들이 인사담당자를 탓하여도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가마를 지고 있는 이들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성과를 추구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당연하게 구성원들에게 전달된다. 시간 대비 더 나은 효율을 보여주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시간을 희생하는 구성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회사로부터의 따듯한 배려, 소중한 대우를 원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조직 구성원을 한데 묶어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있다.
여러분이 짝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채 흠모하는 회사에 입사하여도, 그들은 수 만명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나 하나쯤 문지방에 발을 찧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창고를 붙여주는 조치는 취하겠지만)
흔히 워라벨이 좋고, 연봉이 높고, 조직문화가 좋은 곳을 ‘신의 직장’이라고 평가한다. 이 평가에 대한 정답은 ‘신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극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 연구결과 연봉이 높은 직장은 대체적으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높다. 당연한 결과이다.
이미 현직에 있는 직장인들은 잘 알겠지만, 회사가 삼위일체를 이루지 못하는 이상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우선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커뮤니티의 평판이나 현직자의 말을 듣고 입사를 하는 경우 ‘진리의 부바부’에 흠씬 두들겨 맞을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다. 회사가 평판이 어떻고, 연봉이 어떻고 복지가 어떻고 이런 객관적인 평가보다 본인 스스로의 주관적인 취향이 더 치명적이다. 결국에 회사에 입사 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덧 취준생의 간절함은 흐릿해지고 ‘구성원으로서의 나’가 남기 때문이다.
최근 MZ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 심화된다는 보고서를 읽은 적 있다. (이런 자료를 볼때마다 ‘그놈의 MZ’이라는 불만이 굴뚝같이 나오지만, 어쨌든.) MZ 세대는 회사의 성장보다 스스로의 성장이 더 우선시 되며, 회사의 성과보다는 개인의 성과가 더욱 우선시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잘못되었는가? 라고 반문하였을 때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90년대생이 오든, 이런 충격적인 세대가 도래하든, 사회는 어찌됐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성세대들도 열린 마음으로 이런 세대충격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MZ 세대는 합리주의를 추구하고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스로의 인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성장이 둔화된 요즘 대한민국의 기조는 상당히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취준생으로 돌아간다면, 필자는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쫓는 것이 올바른 취준 생활을 보내는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가족들의 기대와 타인의 시선은 모두 차치하고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과 추구하는 가치관을 온전히 지켰으면 한다. 이 것이 취준이라는 벽 너머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다.
그렇기에 더욱 말하고 싶다. 취업은 그대들의 삶의 목적이 되는가? 최근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파이어족은 회사에 헌신하는 것 보다 재테크나 스스로의 성취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뤄 나가는 신세대를 뜻하는 용어이다. 회사도 물론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안 좋은 회사를 들어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 좋은 회사를 들어갔다고 으스댈 필요도 없는 것이다. 결국엔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업의 본질을 따져 보았을 때 나의 가치관을 만족시켜주는 회사가 결국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인의 ‘관계주의 성질’을 잠시 내려놓고, ‘나’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언인가를 고민하기 바란다. 결국 여러분의 인생이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가 아닌, 내가 말하는 좋은 회사가 무엇인지 찾는 것. 그것이 여러분을 진정한 취업 성공으로 이끄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이다.
취업이라는 벽, 그 너머에서,
새 시대의 인재를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