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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훈 Oct 18. 2024

새 시대의 인재를 기다리며 (3)

어쩌다 취준생

우리는 어쩌다 취준생이 되었나? 국내 심리학 권위자인 허태균 교수님이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다. 우리가 원해서 취준생이 된 것도 아니지만 필사적으로 피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회사가 인력을 많이 뽑기를 원하고 이를 만족하는 취준생이 적으면 취준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단언컨데 요즘 사회는 반대로 가는 것이 틀림 없다. 


유능하고 탁월한 인재는 넘치지만 정작 회사는 성장성이 둔화되었기 때문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필요가 없다. 이미 많은 선배들과 3040 세대가 기반을 닦아 놓고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SK 같은 유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경력 같은 신입, 신입 같은 경력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단 한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초입에서 언급했다시피, 어렸을 적의 필자는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평범한 자신을 마주치는 것이 낯설었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감히 단언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특별하다. 특별하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만이 특별하다. 어릴 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운 좋은 게 최고라는 뜻 아닌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고된 취준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내 자신이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얄팍하게도 누군가가 도전하거나 실패할 때 ‘그럼 그렇지’라던지 ‘너가 어디까지 해보나 보자’라는 심보로 지켜보곤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인의 주체적인 성향, 내 인생에서 주인공은 ‘나 하나’라는 성향 때문이다. 그러니 같잖은 타인의 야유에다 복수하기 위해 여러분의 주체성을 잃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글로벌리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내 나라가 어디서 부끄럽진 말아야지.’라는 주체성 하나로 이렇게 이뤄진 것이다. 


아마 ‘두유 노 클럽’ 이라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해외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한국인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공감대 형성이다. 다만 재밌는 건 공감대 형성이 주체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디를 갔건, 한국의 어떤 것을 좋아하건 무조건 반사로 나가는 질문은 ‘두유 노 -?’ 이다. ‘연아퀸’을 들어본 적 있는 지, ‘캡틴 박’을 아는 지, 김치를 아는 지 처럼.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인의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개개인 모두가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어찌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대히트를 치고나서, SNS에서 가장 유행한 것은 ‘한국에 진심인 넷플릭스’이다. 수 조원을 K-컨텐츠에 투자하며 한국 컨텐츠의 가능성을 전 세계로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21세기 초반 일본의 애니메이션 열풍 급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한민국이니까 이정도 해야지!’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암묵적인 주체성이다. 겸손하면서 자신감 넘치고, 박지성, 김연아과 같은 개인의 성공을 집단의 성취로 승화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면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는가? 자신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순간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는다. (물론 가족이나 연인은 응원해주겠지만.) 스스로 원하는 성취를 얻으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을 믿어 주기 바란다. 나의 부족함이 큰 바위처럼 마음을 짓눌러도, ‘나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라는 뻔뻔함을 갖기를 바란다.


많은 어른들이 “요즘 청년들은 배가 불렀다”고 얘기한다. 충분히 눈을 낮추면 갈 수 있는 기업들은 많은데, 자꾸 욕심을 부려서 저렇게 고생한다고 말한다. 미안하지만 그런 어른들에게 대한민국이 망하는 걸 보고 싶다면 계속 그런 하라고 해주고 싶다. 우리 세대는 대학 졸업장만 있다고 여기저기서 데려가는 예전과 같은 세대가 아니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 중요한 가치는 조직보다 개인이다. 조직에 희생한다고 해서 개인의 행복이나 영위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을 위해 불사르다 개인마저 희생 시켜버리는 안 좋은 사례들을 부모 세대로부터 겪었기 때문이다. ‘워라벨’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키고 싶은 우리 세대의 가치를 나타낸다


취준은 빵을 찾는 과정이다. 이제 막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한 취준생들은, 이 빵집, 저 빵집에 가서 맛있는 빵을 찾는다. 아쉽게도 내가 먹고 싶어하는 빵은 거의 품절이어서, 여러 빵집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만약 허기가 너무 오래되어 고통스럽다면, 더 이상 찾아다닐 기운이 없다면, 맛은 그저 그래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빵을 구해도 좋다. 


하지만 한 발짝이라도 움직일 기운이 남았다면, 다음 빵집, 그 다음 빵집으로 기운이 모두 빠질 때 까지 나아갔으면 한다. 결국에 배고픔만이 아니라 달콤함까지 채워줄 '맛있는 빵'을 얻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부족한 글을 읽어줘서 감사하다. 필자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지금 받고 있는 고통은 절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밤이 아무리 길어도 새벽은 온다는 것. 그러니 눈물이 조금 나오더라도 우리의 봄을 위해 잠시 참아보자는 것이다. 두들겨 맞아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짙은 안개 뒤에 달콤한 ‘1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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