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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끓여준 생일 미역국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어김없이 찾아온 생일.

벌써부터 나에게 찾아 올 축하연락이 무섭다.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지 걱정이 먼저 찾아온다. 나에게 축하해 주는 마음만큼 더 반응을 잘해주고 싶어서,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들에게는 마음을 쓰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벌써부터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들~ 일어나 봐, 아침 먹어야지"


방 문 너머로 들리는 나를 깨우는 아빠의 목소리, 오늘도 자택근무구나.


"아빠~ 나 괜찮아요~"


"그래도 생일에 미역국은 먹어야지~ 오늘 점심 저녁 다 밖에서 먹잖아~ 나와서 아침 먹어 아들~"


문 틈 사이에 들어오는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나를 침대에서 일으키게 한다. 그래, 그래도 엄마가 아침부터 해 준 미역국은 먹어야지. 방문을 열고 부엌을 들어가니, 국자를 들고 있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들, 미역국이 싱거운데, 소금을 넣어야 하나?"


"... 소금보단, 국간장으로"


"아 국간장, 그래 좋다! 국간장이 어딨냐~"


"아빠, 아빠가 미역국 끓였어?"


"응~ 아빠 미역국 처음 끓여본다? 우리 아들 먹일라고 아빠가 처음 끓여봤다?"


미역국을 끓였다는 아빠가 어색했다. 빨래와 청소를 우리 집에서 가장 잘하지만 요리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라면마저도 본인이 안 끓이려는 우리 아빠인데, 명절에 나랑 엄마가 요리를 하면 설거지를 담당하는 우리 아빠인데 고무장갑 대신 요리도구를 들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다. 의심스럽다. 아빠가 이렇게 고소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 미역국을 끓였다고? 전복 세 마리를 손질해 넣었다고? 의심스러워


"아잇, 미역 안 자르고 국 끓였네"


팔팔 끓고 있는 미역국에 부엌 가위를 넣어 미역을 자르는 모습을 보고 의심이 사라졌다.


"먹어봐 아들 싱거우면 간장이나, 소금 넣고 먹어"


한 입을 먹었다.


"어때? 아들?"


궁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 우리 아빠.


"맛있어 조금 싱거운데, 김치랑 먹으면 딱이야"


"그렇지? 아빠는 요리도 잘한다니깐?"


아빠가 일 마치고 늦게 들어오면 나는 늘 밥을 해주기만 했는데, 아빠가 해준 미역국은 정말 맛있었다.

조금 싱거웠지만, 다양한 반찬과 함께 먹으니 더 좋았다. 오히려 그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빠는 내게 늘 이 미역국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언제나 곁에서 편안하게 함께하는 존재. 그리고 그렇게 주변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아빠는 늘 내게 가르쳐주셨다. 마치 미역국이 김치와 잘 어울리는 것처럼. 부담만 있을 수도 있었던 생일이 아빠 덕분에 편함과 사랑을 가득 채워 하루를 시작한다. 어디에 긴장하고 있는지 몰랐던 내 마음에 여유를 주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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