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스무살.
내 옆에 많은 사람이 남길 바랬기에 익숙하지도 않고, 서투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옆에 사람을 뒀다.
어릴 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해야 좋은 관계가 내 삶에 남는다고 착각했다. 매년 사계절이 오듯이 만나는 사람은 새로워야 하고, 그 관계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렇게 건물을 세우기 전 바닥에 말뚝도 박지 않고 건물을 세우듯이 만든 관계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올 수 있는 관계의 자연재해를 만났을 때,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관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깊이 박힌 말뚝 덕분에,
서로에게 긴장하지 않는 것.'이라 대답하고 싶다.
관계의 폭을 줄이고, 밀도를 올리는 20대 중반. 밥을 혼자 먹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말하지 않는 하루를 경험하기도 한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약간의 부담이 생기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외면하여 조금 더 노력해 내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고 싶은 요즘이다.
큰 폭포처럼 끊임없이 물이 들어오는 관계를 꿈꿨던 지난날의 나는 잔잔하고 조용한 하나의 호수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두 번 던져지는 만남으로 물결이 생기는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관계는 많은 사람이 필요 없다. 대신에 정말 내 사람을 남겨야 한다.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보다, 각자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을 응원해 주는 그런 사람.
오랜만에 연락해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대신 울어줄 수 있고, 대신 행복해줄 수 있으며, 서로의 삶을 말로만 아닌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
폭포처럼 쏟아지는 새로운 사람들에 집중하는 것 때문에, 내 호수를 더 깊게 더 넓혀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놓쳤던 지난날의 어린 내 모습을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그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그때 만 만날 수 있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많았던 거 같다. 아무리 가을이 매년 돌아온다고 한 들, 매년 돌아오는 가을은 내가 경험한 가을이 아닌 새로운 가을이다.
오타를 많이 남긴 서툴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잘'하고 싶다. 이별해야 하는 관계가 찾아온다면 '잘'이별하고 싶고, 관계 속 위기가 찾아온다면 '잘'위기를 대면하고 싶다.
그렇게 밀도를 올리며 살아가보려고 한다.
새롭게 만나야 하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관계에 대한 양이 아닌, 질에 더 힘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