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그냥 써져
동아리 선배 형,누나의 웨딩 스냅을 위해 제주도로 가는 길. 숙소에 도착해 가슴을 벅차게 하는 소식을 들었다. 한강작가님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는 이야기였다. 23년 5월 채식주의자를 읽고 뜬 눈으로 요동치는 감정과 함께 밤을 보냈던 그 하루가 머릿속을 멤돌았다. 노벨상 작품을 원어로 읽을 수 있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한강 작가님이라니,, 책을 만드는 삶을 평생 꿈꾸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문학인들에게 한강작가님의 소식은 벅차오를 수 밖에 없다. 노벨상 소식 이후 어떤 포털사이트를 가든 한강작가님의 이야기를 찾지 않아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중 내 하루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읽게 됐다. 한강 작가님께서 아이들 갖기로 결심했던 말 이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한강 작가님께서 남편이신 홍용희 편론가님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에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이말을 들은 한강 작가님은 웃음이 나오셨고,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고 말씀하셨다. 한강작가님의 이 에피소드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를 포함만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을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힘든 모습이 있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있는 세상이라 믿는다. 내가 겪은 고민, 앞으로 겪을 고난을 생각한다면 미래가 보이지 않고, 답답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여름의 수박이 달듯이, 봄의 참외가 달콤하듯이, 목마를때 마시는 물의 소중함을 경험했듯이 우리에게 찾아온 행복을 생각해본다면 그 행복은 누구에게나 나눌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내일을 경험한 과거와 오늘로 예측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가장 많이 남은 스크레치, 잔상은 어쩔 수 없이 불안과 슬픔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잔상이 남았음에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이유는,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의 행복도 잔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여는 모든이들에게 이런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건인 거 같다.
불안과 슬픔이 있어도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행복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일을 예상할 수 없다면 불안해 하는 것보다, 설렘을 가지고 기대해보려 한다.
내가 먹어본 여름의 수박도 분명 달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