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첫번째 이야기-

by twinkle twinkle

채용공고

(주)한0K00

연봉 00

모집분야 경리

나이 19~35세

구직란을 찾아보던 내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경리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이름은 들어본 적 없는 회사지만 앞에 붙어있는 '한0'이라는 두 글자가 마음에 들었다.

컴퓨터 자격증도 있고 일은 배우면 되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만 있다가 나온 아줌마를

누가 써 줄까 싶었다.

나이도 문제였다.

제한연령인 35세보다 내 나이가 1살

더 많았던 것이다.

당시엔 차별이다 뭐다해서 블라인드 채용을 선호하던 때라 응시원서에는 연령을 기재하지 않았다.


‘35살이면 나랑 똑같이 80년대생인데 뭐 어때.’

붙는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일단은 원서나 내보자는 마음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띠로리~

"00빈씨 맞으신가요? 여기 한0k00입니다.

서류 합격하셨으니 00일 00시까지 면접 보러 오시면 됩니다."


면접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인데

합격 연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너무 기뻤다.

면접을 보러간다고 평소에는 로션도 제대로 바르지 않던 얼굴에 뽀얗게 파우더를 묻혔다.

검정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바짝 세우고

살짝 붉은기가 돌게 립밤을 발랐다.


'음, 아직은 볼만하네. 너무 예뻐서 붙는 거 아니야.'

혼자 거울을 보며 실실대다가 내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면접 전 대기실에 담당자가 들어와 길지만 짧은 이야기를 했다.


요약하자면

[[현재 정규채용 기간이 아닌데

부득이하게 여직원이 그만두게 되어

급하게 채용공고를 하게 되었고

합격자는 내일부터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받으면 된다]]

는 내용이었다.


'붙기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면접은 한 사람씩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총 5명 중 나는 세 번째였다.

다른 면접자들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며 머릿속으로 탈락자와 합격후보를 내 맘대로 가려봤다.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00빈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밝고 단아한 미소를 지어보이려 애썼다.

‘소장’이라고 자신을 밝힌 면접관은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내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이곤 했다.


이 회사가 곧 한0의 자회사로 합병되니

연봉도 지금보다는 좋아질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내가 확정인건가?'라는 생각이 막 들던 참이었다.

"참, 나이가 어떻게 되나?"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36살..80년생입니다."


80년생에 힘을 주어 말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소장님의 반응을 살피느라 바빴다.

"80년생..36살..나이보다 어려보이네요."

웃으며 말하는 소장님을 보며 약간은 안심이 됐다.


용기내어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뵙고 싶습니다!"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에 또 봐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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