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로 호주 이민하기 #11
Chapter 3. 영어공부
1. 내 학창 시절
영어 공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 "내가 영어 공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말이야. 나보다 훨씬 뛰어난 강사도 많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하니까.
그래도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경험부터 솔직히 이야기해 보려고 해.
우리 부모님은 늘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야. IMF 때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으셨지만, 어머니와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하시며 4남매를 키우셨거든.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어린아이들도 많았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잘 어울렸어. 학교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퇴근하시길 기다리거나 친구 집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지.
나에게 있어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쓸 때 없고, 어려운 일이었지.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었을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학원이라는 곳을 가기 시작하더라고. 난 그저 친구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었어.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매우 대견해하셨지만, 난 초등학교 5학년때 구구단을 처음 외웠을 만큼 공부랑은 거리가 먼 아이였지.
그렇게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거의 나때부터 뺑뺑이로 학교가 배정되었고, 우리 집은 영등포구에 거주했기 때문에 여의도중학교라는 곳으로 입학하게 되었어.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의도에 거주하는 자녀의 부모님들이 단체로 교육청과 학교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어.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 여의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었거든 국회의원, 의료계열, 교수분들, 방송국 할 것 없이 대단하신 분들이었지. 결국 여의도 학부모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학구열이 대단했었어.
중학교 1학년 반 배정이 되고, 친구들과 조금 친해졌을 때쯤 국어시간, 선생님께서 나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시키셨는데 친구들이 웃으며 놀리는 거야. 그때 '난독증'이라는 단어 처음 들었어.
정말 중학교라는 곳은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었지. 그러다 우연히 PC방이라는 곳을 처음 친구들과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는 겜돌이 삶을 살았지.
고등학고 3학년, 영어시험 9점. 선생님이 나를 불러 진로상담을 하시는데 첫마디가
"OO아, 너는 한국에서 평생 살 거지?"
"네! 당연하죠!"
그렇게 수능을 봤고, 당연히 대학을 가기에 민망할 정도의 점수를 받았지만 부모님은 내 걱정에 지방대라도 마지못해 보내주셨어.
대학을 간 이유는 '다들 가니까', '나만 안 가면 이상하니까'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이 그냥 아무 곳이나 지원하게 되었지.
그런데 그 지긋지긋한 영어가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계속 따라오더라고... 우리 대학교에선 2학년때까지 공통영어를 필수적으로 들어야 했는데 계속 영어에서만 F가 나오는 거야.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참...
대학교 4학년, 졸업반에 반드시 토익점수를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신발 사이즈'라고 하지? 난 어찌 된 게 내 신발 사이즈보다 작게 나오더라고.
2. 때로는 뜀박질부터
졸업을 하려면 토익 점수가 필요했어. 만 25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처음엔 문법책 20장까지 동그라미를 그리며 공부하는 ‘척’만 했지.
두 번째 토익 시험에서 겨우 285점을 받았어. 남들은 졸업 전에 기사 자격증과 영어 점수를 다 만들어 놓는다는데, 나는 졸업 후에도 도서관에 처박혀 공부를 해야 했으니 정말 답이 없었지.
그때 불현듯 영어를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영어를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왜 그런 말이 있잖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일주일 고민하고 바로 필리핀 스파르타 어학연수를 등록하게 돼.
비행기를 타는 내내 심장이 요동치고, 사막한 가운데로 들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당연히 필리핀 어학원에서의 영어 테스트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살기 위한 영어공부는 시작된 거야.
나에게 급한 건 일단 말을 하는 것이었어. 3달 내내 문법이고 나발이고 없이 그냥 자주 쓰는 문장을 50개, 단어 50개를 매일 외우고, 반복했어.
문장들이 익숙해지고 나니 몇몇 문장을 이어서 말하기 시작하게 되었지. 예를 들어
'I'm supposed to do it(난 이걸 해야 해)'이라는 문장과 'how long does it take?(얼마나 걸려요?)' 문장을 외웠다면
레스토랑에 가서 미리 말할 연습을 하고, 연기를 하는 거지
"Hi, I'm sorry, I'm supposed to take the express bus until 4, so how long will my order take?"
(저기 죄송한데요, 고속버스를 4시 전까지 타야 하는데, 내 주문이 얼마나 걸릴까요?)
말하고 싶은 문장은 수십, 수백 번을 연습하고 대상을 찾아 말하는 데까지가 내 공부의 끝이었어.
참 무식한 공부법이지. 그렇게 문법책은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조금씩 말하는 법부터 익혀갔어.
그러고 나서 그래머인유즈라는 문법책을 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한국에서 똥글뱅이 치면서 공부했을 때보다 흡수력이 엄청난 거야.
'아~ 이래서 이땐 이렇게 말했던 거구나!'
라고, 느끼게 되면 그 문장 구조들이 머릿속에 박히는 정도가 아니라 각인이 되는 수준이었지.
3. 영어시험
호주에선 공인 영어시험이 대표적으로 IELTS, PTE, TOEFL이 있어. 그중에 가장 쉽다는 PTE를 선택해서 공부했지
아무리 영어를 조금씩 내뱉는다 해도 영어시험은 다른 이야기였어.
게다가 학창 시절 난독증까지 있었던 나한테 PTE시험에 RA파트는 지옥이었지.
공부하는 매일 '한글도 잘 못 읽는 놈이 영어를 읽고 있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또 읽고 그냥 연습밖에는 방법이 없더라고.
호주에서 살아야 하니 일은 안 할 수 없고, 비자 만료기간은 다가오니 영어점수는 만들어야만 하고
5시 기상, 6시 30분까지 현장도착, 오후 4~6시 퇴근, 저녁 12시까지 공부
4달간 공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학창 시절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인서울은 하지 않았을까? 호주라는 곳이 나를 많이 바꿔 놓긴 했구나'
결론
지금까지 내가 구구절절 내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런 말을 하곤 해
“영어를 못 해서 해외에 못 산다.”
“현생을 사느라 시간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못 한다.”
이런 이유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일 거야. 나 역시 영어를 전혀 못했고, 학창 시절엔 영어 시험에서 9점을 받을 만큼 기본도 없었지. 게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끝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을 살았어.
하지만 내가 깨달은 건, 이 모든 이유들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간절함’이라는 마음이라는 거야.
간절함이 만든 변화
내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어. 살아남기 위해서였지. 필리핀 어학원에서 가장 낮은 레벨로 시작했을 때도, 호주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18시간을 일하고 공부했을 때도,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간절함으로 버티는 것뿐이었어.
영어를 못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자신을 던지고, 매일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 "내가 이걸 해내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버텼어. 그 간절함이 결국 나를 움직였고, 점점 영어를 말할 수 있게 해줬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줬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영어를 못 해서 해외에 못 산다?
나도 영어를 전혀 못했어. 하지만, 필리핀에서 매일 50개의 문장을 외우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호주에서 하루 종일 일한 뒤 남은 시간을 쪼개어 공부했어. 영어는 결국 연습과 반복에서 나오는 것이더라고.
현생을 사느라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건 누구나 하는 말이야. 하지만 내 경험상, 진짜 간절한 사람에게는 그 시간을 쪼개는 방법이 보이게 되어 있어. 4달 동안 새벽부터 자정까지 공부를 병행했을 때, 내가 느낀 건 "노력은 시간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거였어.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못 한다?
만 25살에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 결국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영어점수를 받아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었지.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야. 중요한 건 그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힘이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시작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어.
간절함이 만드는 힘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간절한가’야. 간절한 사람은 방법을 찾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 하잖아.
내가 말하려는 건,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건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의지야.
내 이야기가 완벽한 성공 사례는 아니야.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해냈다는 걸 보면, 분명히 누구나 할 수 있을 거야.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뛰어난 재능도, 엄청난 시간도 아니야. 단지 시작하고, 간절히 노력하는 마음이 전부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해봐. 당신이 가진 간절함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