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호주
나는 호주에 살면서 많은 친구들에게 영주권을 취득하라고 권유해왔어. 왜 그런지 궁금하지?
'노가다'
앞서 말했듯이, 너희는 '노가다'라는 일을 어떻게 생각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어렸을 때는 노가다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대학 졸업할 때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며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노가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3D'라고 불리는 여러 직업에 대한 내 생각을 먼저 말할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어. 나도 어렸을 적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공부 못 하면 저런 사람들처럼 되는 거야." 공부를 잘하지 못해 지방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졸업이 다가오자 나도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발버둥을 쳤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군대에 있었을 때보다 앞이 깜깜했어. 첫 연봉 2400만원을 받으면서 사장님이 "중소기업치고 2400만원이면 많이 주는 거야"라고 말씀하셨지. 세금 제하고 실제로 들어오는 189만원에 성과금은 아예 없고, 복지라고는 커피 머신 하나뿐이었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부모님이 평생을 뒷바라지 하며 내가 189만원을 벌기 위해 이렇게 살았나 싶더라고.
그렇다고 나에게 다른 길이 있었을까? 내가 다녔던 중소기업이 아니었다면, 공장밖에는 길이 없었어. 나는 분명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었고, 내가 성실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누구도 지방대생을 성실한 사람으로 봐주지 않았어. 그렇게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망하게 되었어. 아버지는 경험했다고 생각하라고 하셨지만, 내 속은 좌절과 절망뿐이었지.
호주로 오게 되면서 노가다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되었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려고 '단톡방'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4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 삶이 평범한 거였구나.'
우리나라 청년들은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며 대다수는 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고, 몇몇은 빨리 개인사업을 하게 돼. 회사에 들어갔던 친구들도 정년이 되면 재취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40~50대 이후에 개인사업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 모두가 개인사업을 해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잘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맞아. 그들의 마지막 희망과 같은 일자리는 3D 업종들이야. 누군가에게는 '공부 못하면 하는 일'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일자리인 거지.
하지만 '희망'과도 같던 마지막 일자리가 요즘 한국에서는 소멸하고 있어. 언론에서는 잘 보도하지 않지만, 한국의 건설사들은 소리 소문 없이 줄도산하고 있어. 자재비 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완공을 하더라도 적자일 수밖에 없어 파산하게 되는 거야. 게다가 오래전부터 노가다 일자리를 젊은 친구들이 꺼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빈자리들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채워왔어. 급격히 매말라가는 일자리와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인건비 경쟁은 '누구도 꺼려했던 노가다 일자리'가 '불러만 주면 감사하다는 일자리'로 변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섬나라야. 게다가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한국어를 쓰고 있지. 그러니까 해외로 나가서 새로운 정착을 하는 건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땅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잃는 일이 아닐까? 호주에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다면,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미국 등 내가 원한다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라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더 많은 고용주들과의 시장이 열리게 돼.
나는 한국에서 대기업에 일할 수 없었고, 공무원도 될 수 없었으며, 사업에도 소질이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결국은 살아야만 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호주라는 땅에 왔어.
'이민'
이민은 다른 나라로 정착하는 사람들을 의미해. 나는 이민이라는 말을 내 반경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한국과 호주 두 나라에서 언제든 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원한다면 다른 나라로 다시 정착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