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호주
호주의 아침은 언제나 똑같아. 오늘도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호주로 오려는 친구들의 상담을 해주면서 하루를 보내. 한국에서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궁금한 것에 답해주면서 말이야.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호주로 오려는 한국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구나."
예전에는 유튜브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검색하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상들이 많았어. 하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다루는 영상이 더 많이 보이더라.
"일 구하기 어렵다.", "생활비가 너무 비싸다.", "영주권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한때 기회의 땅이라 불렸던 호주는 점점 문을 닫아가고 있고,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주 이민이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게 된 느낌이야.
돈도 예전 같지 않아.
한국에서도 건설업 일당이 12~15만 원까지 올랐고, 호주에서는 평균 건설업 일당이 240달러(약 22만 원) 정도야.
환율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지 않은데, 높은 방값과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어.
그러니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호주까지 와서 힘든 적응 과정을 겪으며 일할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는 거지.
혼자서 모든 걸 개척해야 하는 낯선 땅에서, 영어가 부족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한인 사회와 건설 현장으로 몰리게 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게 돼.
"내가 여기까지 와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영어 실력은 크게 늘지 않고
한국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돈을 벌면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로움까지 더해져
현실을 마주한 많은 사람들이 결국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돼.
이렇다 보니 호주에서 오래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거야.
건설업으로 영주권을 꿈꾼다고 해도,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아.
스폰서 비자를 받으려 해도 경쟁률이 치열하고
점수제 이민(189, 190, 491)을 준비하려면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상당해
영주권을 따기까지 최소 4~6년,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어
그리고 그 긴 시간을 버틴다고 해서 무조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결국, 운과 상황이 맞아야 이민이 가능한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거지.
한국과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음. 호주 건설업 평균 일당 240달러(약 22만 원). 한국 건설업 평균 일당 12~15만 원.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음
40대 이상,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에게는 부담. 한국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음
가족과 친구 없는 외로운 생활. 부모님도 친구도 없이 홀로 적응해야 함. 영어가 부족하면 한인 사회에 갇혀 더 큰 외로움을 느낌
높은 투자금 대비 보장되지 않은 이민. 학비, 생활비, 비자 비용 등 많은 돈이 필요함. 최소 4~6년 걸리는 과정인데, 영주권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음
최근 한국 내 해외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얼마 전 상담했던 한 고등학생이 떠올라.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게 맞을까? 아니면 이민을 준비하는 게 맞을까?'
그 친구는 학업에 소질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학 4년을 허비하기보다 비슷한 시간을 투자해 이민을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이유는 간단해.
한국 대학을 졸업해서 한국에서만 취업 경쟁을 하는 것보다, 호주 이민을 통해 한국, 호주, 뉴질랜드까지 취업 시장을 넓혀 더 많은 기회를 가지려는 거지.
그 친구는 바로 워킹홀리데이를 쓰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 경력을 쌓으며 등록금을 모은 뒤, 학생비자로 넘어가는 전략을 선택했어.
타일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하셨어.
그분은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점점 줄고 있어 이민을 고민하게 되셨다고 해.
한국에서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란 쉽지 않아.
여성 화장실조차 없는 현장이 많고
물을 마시지 않고 버티는 분들도 있을 정도야
일부 현장에서는 조롱과 비하를 받으며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도 많아
반면, 호주는 여성 인부들이 많고, 차별에 대한 법이 엄격하게 적용돼. 이 점이 호주 이민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전기 기술자로 7년 근무한 남성과 간호사인 아내. 두 사람이 함께 호주로 오면, 현재 한국에서 버는 소득의 약 3배를 벌 수 있고, 근무 시간도 훨씬 적어져 삶의 질이 나아질 거라는 판단을 했지.
그래서 비교적 젊을 때 이민을 결심한 케이스야.
한국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출근한 지 이틀 된 20대 청년이 추락사하고, 전기 보조가 고압 전류에 감전사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해.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보다, 보다 안전한 환경을 찾아 이민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아.
이민을 결심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호주로 오는 사람들도 많아.
어는 20대 청년분이셨는데 한국에서 타일 보조일을 3년 정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어.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계속 보조 역할만 하게 되고, 힘든 노동만 반복하며 정작 중요한 기술을 배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던 거야.
결국, 중노동에 지쳐 더 이상 한국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호주 이민을 결심하게 된 거지.
가끔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해.
“처음 호주에 왔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호주를 선택할까?”
망설일 필요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도 없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아.
말은 여전히 모국어처럼 되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인 노동자라는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렵지.
그렇다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병원 예약 하나, 행정 처리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순간도 많아.
배송 하나 받으려 해도 한국처럼 빠르지 않아서 속 터지는 일도 부지기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
나는 한국에서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노가다’라는 직업을 선택했어.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일이 존중받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되었지.
내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고객과 대화하면서
내 손으로 완성한 결과물을 보며 행복해하는 고객들의 표정을 볼 때.
내가 일하는 동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비록 영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끝까지 내 말을 들어주는 빌더들과 함께할 때.
이곳이 비로소 ‘내 자리’라는 걸 깨닫게 돼.
나는 호주에서 노가다를 하면서,
남들이 평가하는 직업이 아니라, 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어.
이곳에서는 더러운 작업복 차림으로 아이들 초등학교에 가더라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아.
나의 일과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환경이 있어.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내가 선택한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