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운전을 즐기는 법
아이가 직접 고른 음악을 듣는다.
하이 빅스비, 유튜브에서 성시경의 제주도 푸른 밤 틀어줘
구름이 무슨 모양일까?
끝말잇기
그림 그리기
초중등쯤이었던 것 같다.
한반도로 치면 아래쪽 동네에 사는 우리 가족이 큰마음먹고 38선 근처 통일전망대를 향해 간 적이 있다. 30년쯤 전이니, 도로 사정이 지금보다 별로였다. 시간이 엄청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지겹다, 연신 언제 도착하냐며 묻는 나에게 아빠는 놀이를 제안하셨다.
오빠와 내가 1부터 9까지 숫자 중 하나를 고른다. 중앙선 너머 반대편을 지나는 차의 번호판을 확인한다. 내가 고른 번호가 차넘버의 끝번호이면 이기는 게임. 지금처럼 차가 많던 시절이 아니었다. 연달아 두 세대가 지나기도 하고, 오지 않는 차를 목 빼고 기다리기도 했다. 차 한대당 10원? 100원쯤 걸었으려나. 슝 지나가는 차의 번호판을 보기 위해 뛰어난 동체시력이 필요하다. 온 가족이 와글와글 본 번호를 주장한다. 서로가 말하는 번호가 다를 때는 차 안의 분위기가 잠시 뜨거워지기도 한다.
나의 뇌 장기기억 코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추억 속의 아버지는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게임을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사회자이자 중재자. 나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기억을 주고 싶었다.
대학생 때, 38일간의 유럽 일주 배낭여행을 갔을 때이다. 카세트와 이어폰, 그때 유행하던 광고음악 모음집 테이프를 챙겨 갔다. 그때의 사진, 그때의 선율이 합쳐진 순간은, 그게 언제이든 나를 그 시간 속으로 다시, 데려다준다. 여행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음악의 힘을 알았기에, 아이들에게도 그런 음악의 추억을 주고 싶었다. 지금도 우리는 제주에서 들은 노래를 가끔 들으며, 제주의 하늘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