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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 밖을 나온 루기 Dec 22. 2024

하루종일 제주바다에서 놀면 생기는 일(1)

제주 바다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았나 봅니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반으로 나눕니다.



제주를 말할 때 바다를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잊고 싶지 않았다.

바다에서 유영하던 시간을.


 민트 아이스크림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에, 등을 대고 누웠다. 파란색 꿈결 같은 하늘이 바다와 맞닿은 듯 보였다. 흰색 구름은 모인채, 또는 흩어진 채로 아무렇게나 흐드러져 있었다.




"얘들아, 카메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걸 다 못 담거든. 너희 눈이 제일 좋은 성능의 카메라야. 얼른 찰칵찰칵 찍어서 마음에 간직해. 너무 이쁘다 그렇지?"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제주의 바다를 눈 속에 가득 담았다.

내 눈에 담긴 금능 바다


금능에서 물놀이를 할 때였다. 7살 10살이던 아이 둘만 물속에 둘 수 없기에, 나도 바다에 들어가야 했다.


물에 들어와 한참 놀던 중 둘째가 말했다.

"엄마 쉬 마려워."

이렇게 되면 셋이 다 같이 화장실로 출발해야 한다. 금능바다는 얕은 수심이 100미터도 넘게 이어져있다.

물이 앝아, 제법 멀리까지 가서 놀아도 된다

수십 미터쯤 물살을 헤치고 아이 둘을 챙겨 가며 물속에서 나왔다. 물속에서 나온 뒤, 땡볕에 데워진 모래사장을 다시 100미터쯤 걸어야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물에 들어와 한참 놀던 중이었다.

"엄마 화장실 가고 싶어"

아까 말한 애 말고, 다른 내 자식이 하는 말이다.(내 자식 이 자식아)

"그러니까 아까 솔이 갈 때 화장실 쓰라니깐은 하."


나는 자녀가 화장실 가고 싶다는 얘기에 화내는 엄마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니, 그런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이것은 생리 현상이지 않은가? 방금 전까지는 배뇨 욕구가 없었겠지.

출산할 때 했던 라마즈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습습 후후.


다시 아이 둘과 함께 바닷물을 헤치고 모래사장을 건너 화장실로 향한다.


새까만 내발과, 아이들의 손

한 명이 목이 말라도 다 같이 해변으로, 주문한 치킨이 도착했다 했을 때도 다 같이 물밖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건지 모르겠다. 아, 애가 둘이라 어른 한 명의 손이 절실하다.



조개보물 찾는중

금능바다에 바닷물이 빠지면 수십 미터의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들만큼 신이 났다.

이미 제주도 관광을 다녀온 늦은 오후라도 간조의 바다를 만나면, 조개와 꽃게가 살고 있는 갯벌로 향했다.


엉덩이를 깔고 앉아 흙을 파내며 숨어있는 조개를 찾는다. 아이들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하다. 엄마인 나도 열심히 보물을 찾는다.


물이 저만치 빠지는 동안 미리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속에서 게도 찾는다.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우리의 발걸음에 놀라 도망치는 녀석을 잡아 건져 올리면 된다. 장갑을 꼈지만 게를 만질 수 없는 나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곧잘 잡아서 한참을 관찰하고 채집통에 넣는다. 나는 그런 아이들 옆에서 호들갑이다.

제법 크다

"얘들아 여기, 여기도 있어. 악 좀 잡아. 크다 크다. 으아 나한테 온다. 잡아줘."


집에 들어가기 전 잡은 생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과 의논했다.


"엄마 라면에 넣어 먹자. 그러면 조개 라면이잖아. 진짜 맛있겠다."

"이거 게도 넣어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내가 대답했다.

"조개는 모래를 머금고 있어서 해감도 해야 하고, 제때 요리해 먹지 않으면 날씨가 더워서 상할 수도 있어. 그리고 이 게는 꽃게가 아니라서 맛이 없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엄마가 산채로 끓는 물에 넣을 자신이 없어 얘들아."

(다른 사람에게 잡혀 생명을 잃을지언정, 너의 숨통을 끊어 놓는 이가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조개야, 꽃게야. 잘 가렴 )





낮시간부터 만조일 경우 하루종일 물놀이하기 좋은 날이다. 물때를 확인하고 오전부터 짐을 챙겨 숙소 옆 금능바다로 향했다. 통닭도 한 마리 시켜 먹고 모처럼 파라솔도 하나 빌려서 물놀이를 실컷 했다. 해가 긴 여름이기에 아직도 하루가 한참 남았다.


"얘들아 판포포구에 가보자"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판포포구를 가볼까 하여 짐을 챙겨 나섰다.

다시 써야 하기에 바람을 빼지 않은 튜브를 꾸역꾸역 차에 실었다. 젖은 몸의 아이들을 대충 닦여 차에 태웠다.


차에 타니 우리 몸에 붙어 있던 모래와 바닷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괜찮아.

렌터카도 아니고 육지에서 가져온 내 차이니, 나중에 청소하면 된다.


 해수욕장을 옮겨 다니며 물놀이하는 나도 참 유난이다 싶긴 했다.


판포포구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짐과 더위로 인해, 파라솔이나 텐트 같은 공간이 절실했다. 그늘 쳐진 평상과, 작은 텐트를 빌려주고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반나절 놀기에는 비싸게 느껴졌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짐을 두고 놀기로 했다. 수심이 깊고 파도가 치지 않아,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수 있는 곳이었다.


만조일 때 가야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했다. 물때를 잘 맞춰왔기에 성인인 나도 발이 닿지 않았다. 아이들의 발은 당연히 바닥에 닿지 않았다.

 이런,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는 수영도 하고 다이빙과 스노클링도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눈을 뗼 수 없기에, 물에 동동 떠 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너는 안전하게 튜브에 있자(판포포구에서)

 혼자 아이 둘을 챙겨가며, 일정을 소화하는 나 자신이 강한 사람처럼 느껴져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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