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림책 _한글 품은 한옥 [2부]
부모님 댁에서 식사를 위해 가족들이 모두 모인 날이었어요.
EBS 극한 직업_ 기와 만드는 사람들을 시청하고 있더군요. (재방송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아마 시간이 맞지 않았는지 누군가 틀어줬나 봐요.
5살 조카와 8살 둘째가 어찌나 신기하게 집중하며 보던지.
흙을 선별하여 채취하고 여러 번 다지고 숙성시키며 오랜 시간 고열의 가마 속에서 탄생한 기와.
정말 그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아이들이, 아니 저 또한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찌 보았겠습니까?
그 무게와 견고함이 아이들 눈에도 느껴졌나 봅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한옥도 아이들도.
국가 문화재로 지정하는 유물 유적은 100년 이상은 수령이 필수 조건이다. (중략) 문제는 건축이다. 현대건축의 기술과 재료의 발달로 멀쩡한 집을 부수고 재건축하는 일이 다반사인 오늘날의 추세로는 100년을 넘길 건축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건축의 기본이라 할 주택 문제는 더욱 회의적이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_ 유홍준-
유홍준 교수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부끄러움과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문화재는 그저 '옛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거죠.
앞으로 어떠한 것들이 문화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겁니다.
책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의 한옥은 당시 고급 주택이었죠.
우리는 이러한 유산을 통해 한옥의 미를 느끼고 향유하지만, 다음 세대에 우리는 어떤 주택을 물려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불과 2019년에 서울시에서 문화 예술과 휴식의 공간으로 개장한 노들섬이(2020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시민 공감 특별상 수상) '글로벌 예술섬'을 목표로 3,704억 원을 투입하여 기존 건물 존치하면서 2028년 재개장을 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더불어, 현대 건축은 기술과 재료의 발달 덕분에 오히려 너무 쉽게 허물어지고 새로 지어집니다.
100년을 견딜 건축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아이들과 손으로 만들다
현재 초등 1학년인 Blue가 한옥을 만들어왔다며 가방에서 꺼내 보이며 신나게 설명하네요.
교과서 제목이 우리나라인데 2페이지씩 정도 한옥과 문양에 대해 짧게 배우고 부록으로 딸려 있는 도안에 색칠하고 우유갑을 말려 붙였던 모양입니다.
그때 흥미를 느꼈는지 집에서도 심심하면 우리나라 문양을 검색해 프린트해 달라고 했었어요. 재미있게 꼼꼼하게 칠 하고 그걸 또 모아 두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자기의 결과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설명하는 아이입니다. 그때 가능하면 저는 신기하다는 듯이 듣고 뭐 하나라도 짚어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죠.
기와색이 너무 이쁘다.
파란색이라 시원한 집 같네.
꽃무늬 부분을 노란색으로 포인트 준 부분이 너무 근사하다.
이렇게 마지막 기와에 무늬를 넣어서 끝부분을 막아주는 기와는
따로 수막새라고 불러.
엄마, 마루를 사선으로 칠해봤거든.
나는 이렇게 표현한 게 마음에 들어.
아~ 그랬구나! 나뭇결이 느껴지네.
색칠 방법을 다양하게 해 봤구나.
마음에 들어서 기분 좋겠다.
이렇게 또 한 번 한옥을 다시 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 또 만들어 보고 싶은데... " 라며 아이들이 아쉬워하길래 혹시 키트가 있을까 해서 알아봤습니다.
뜯어서 끼워 맞추는 거라 아이들이 가능하겠다 싶어 하나씩 원하는 걸 골라 주문했었죠.
그런데, 제 실수입니다.
칼로 눌러서 뜯어 내야 하는데 크기도 작아서 잘 못 힘을 주면 부서지네요. (아이코, 15세 이상이라고 쓰여 있네요.)
아쉬운 데로 아이들은 색칠하고 아빠가 뜯어주면 끼우는 걸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도적으로 못 하니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했었어요.
재료: 원하는 이미지 사진, 도화지, 색종이, 가위, 풀, 색연필
학교 수업 때 만들었던 한복을 입은 아이도, 전통문양도 다 가져와 붙여 봅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빨강과 파랑을 좋아하는 색으로 뽑았다고 이야기하네요. (언제든 내가 좋아하는 색은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거든요.)
모아둔 이면지에서 보물을 찾듯 동백꽃을 찾고, 동력을 얻어 하늘을 날듯 손을 움직입니다.
"뭐? 최대한 해볼게.. "
"그래.... 고맙다. "
열심히 나무를 그리다, 창문의 안쪽에는 꽃으로 채우고 싶다고 매니큐어를 가져오더니...
네, 손톱을 칠하고 있네요.
항상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있다고 하니,
그. 럴. 수. 있. 지. 라며 지켜봅니다.
딴 길로 가다가도 어느새 돌아와 마무리하네요.
"접어 볼까? "
이 상황에 또 한 번 웃었습니다.
만들다 보니 아이들의 그림이 진짜 살아 움직였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AI의(Deevid.Ai)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그림을 시간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 책 한편, 엄마의 메모
한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만들어 보고 하면서 여러 번 곱씹어 보니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제 안에도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알아가고,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기대하고 상상하는 것이 공간 감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참 운이 좋았습니다.
한글 품은 한옥을 읽었던 그쯤 경복궁에도 다녀오고 우연히 튼 TV에서 기와 공장과 기와지붕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죠. 거기에 둘째는 학교 수업에서 또 한 번 알게 된 이야기를 나누어 주니 저에게 어서 글을 쓰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옥의 요소와 공간의 기능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들도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825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3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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