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림책 _한글 품은 한옥 [1부]
우리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 피어난 것이 바로 한글과 한옥이죠.
아름다운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제목을 보고 마음이 가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일인가 봐요.
'품다'라는 단어가 주는 포근함에 이끌려 사전으로 뜻을 찾아봤습니다.
품속에 넣거나 가슴에 대어 안다.
남에게 보이지 않도록 품속에 넣어 지니다.
기운 따위를 지니다.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마음속에 가지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백성을 품은 마음.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비로소 가슴으로 품은 마음.
그 마음을 한옥이 품었네요.
한옥에 잠시라도 머물면 유독 마음이 포근해지고 느긋해지는 건, 유연한 공간과 자연 덕분일까요?
아니면, 깊은숨을 들여 마시듯 여유를 갖고 보는 저의 태도(기대) 때문에 달리 보이는 것일까요?
분명한 건 도시의 높은 층고와 간결한 선, 기능적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멋과는 다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나무, 기와, 한지 등의 자연의 재료와 함께 내, 외부 공간이 맞물려 충만한 공간감을 누린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언제 와도 편안하고 느긋한 한옥처럼,
넉넉함과 유연한 마음으로 아이들은 품어 줘야겠다 생각이 드네요.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아, 그런데 저는 솔직히 도시가 좋습니다.
매일 자연에 있으라고 하면, 왠지 저 산이 저를 막는 것 같고 저 바다가 나를 삼킬 것 같고..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는 도시를 바라보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때로는 그 속에 숨는 것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양쪽의 장점을 다 누리며 다른 삶을 만들 수 있는, 도심 속 한옥이 그저 부럽습니다.
제목 I 한글 품은 한옥
글, 그림 I 김도영 출판사 I 발견(키즈엠)
대상 I 5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추천합니다.
+ 아이들과 책을 펼치다
내지에서 반쯤 열린 문을 따라 총총총 이어지는 발자국
똑똑, 이리 오너라!
무엇이 우리를 맞아 줄까? 기대가 됩니다.
한글 자음을 닮은 한옥을 한번 보고, 넓은 여백에 툭툭 놓은 소품(자음으로 시작한 단어)을 소리 내 읽어 보게 됩니다.
이렇게 읽다 댓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고무신 그림을 보며 할머니 이야기도 꺼내 봅니다.
옛이야기로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기 바쁩니다.
생각하다 보니 '아,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얼마나 갖고 싶을까?' 타임슬립 드라마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엄마의 두 손에 하얀 운동화를 건네주고 오고 싶네요.
이어지는 한옥들은 계절과 상황에 어울리는 색채와 톤(전통 채색화)으로, 한옥의 차분함과 우아함의 멋을 느끼게 됩니다.
참 근사합니다.
마루에 방, 마당에 무심하게 툭 하고 놓인 것은 할머니의 맷돌과 엄마의 믹서기, 바구니와 택배, 레코드 판과 라디오입니다. 옛것과 지금의 것들이 함께 있어요.
놓칠 뻔한 편지, 큰 눈을 만들어가며 아이들과 열심히 숨은 그림을 찾아봅니다.
저는 둘 다 사용하거나 봐왔었지만, 지금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모르고 지나갈 뻔한 것들이죠.
은은한 커피 향을 떠올리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이렇게 한옥에는 진짜 여유만 있을까? 정갈함을 누릴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쓸고 닦고 한 노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도 작가님이 작가의 말과 함께 참고 한옥 정보를 남겨 두셨습니다.
한옥이 품는 여유와 기품을 이렇게 알아보시고 묶은 김도영 작가님의 안목과 시선에 감탄합니다.
#한글 품은 한옥 #한글 놀이 #자음 #전통 채색화 #한옥의 이미지 #여유 #한옥 #기와 #유연함
+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다
청와대 관람 중 이신 시부모님을 기다릴 겸 아이들과 맞은편 경복궁으로 향했었습니다.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도 좋았는데, 운 좋게 금요일만 개방하는 집옥재 (옥처럼 귀한 보물을 모아 놓은 곳)
고종의 서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서양의 과학 서적을 비롯해 4만 권의 책을 모으셨다네요. 그 책들은 옮겨져 있고, 지금은 작은 도서관 기능을 위해 역사를 비롯해 다양한 책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밖에서 외관을 통해 볼륨감, 형태, 조형미를 느꼈다면, 안에서는 직접 그 공간을 거닐어 보고, 앉아서 머물러 보기도 하며, 안에서 밖으로 시선을 두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몸으로 그 공간을 기억해 봅니다.
창호지를 통한 은은한 빛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어 멋스러움을 더 느끼게 되네요.
집옥재와 팔우정은 연결되어 있어 있습니다. 넘어가는 복도에 다른 건물과 달리 유리창이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창과 문은 집옥재의 표정을 풍부하게 합니다.
Blue : 한옥은 나에게 딱 맞는 크기인 거 같아! 높지 않고 방도 작아서 편안한 느낌이 들어.
나무는 부드러웠어. 우리도 한옥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몸으로 감각을 다 받아들이는 때라 그런지 팔우정에서 낮은 천장에 더 편안하게 느껴졌던 거 같습니다.
여전히 두 아이가 딱 들어갈 수 있는 텐트, 아지트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감싸주는 공간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Rainbow : 책을 읽다가 창 밖으로 떨어 뜨려 보고 싶어. 어디에 떨어질까? 궁금해.
하, 그래.. 잔디 쪽으로는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 창문 밖으로 툇마루가 있던데.
Rainbow : 툇마루? 그게 뭐야?
집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그 사이 공간이지. 나무 바닥으로 되어 앉아 있기에 좋아!
Rainbow : 사진을 찍을 거야! 내 얼굴도 찍고(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찍는 거야. 그리고 태블릿에 그림도 그려야지. 집의 이름은 '꿈이 이루어지는 한옥'
Blue : 나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자고 싶어. 엄마, 따뜻하겠지?
'수박집,ㅇ자 집' (이유는 수박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고, 책을 읽으면서 'ㅇ'자 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네요.)
설명해 준 온돌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맞아! 아랫목은 정말 기분 좋게 따뜻할 거야.
있잖아. 엄마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엄마의 할머니, 그러니까 너한테 증조할머니!
따뜻하라고 불을 세게 지피고 아랫목에 눕혀두고 일을 보셨대. 그런데 불이 너무 세서.. 글쎄 방바닥이 타들어가 (안 믿어지지?) 엄마가 죽을 뻔했데... 외할머니와 증조할머니가 얼마나 놀라셨을까.
어떻게 됐냐고? 여기 살아 있잖아.
다음화에서는 모형 키트를 이용한 한옥과 1학년 교과 과정의 활동으로 만들어온 모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