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문을 만든다면

그림책 03_똑똑똑 빌라 [2부]

by 검은별


기억에 남는 문이 있어?


아! 저번에 다리 사이에 들어갔는데.
거인의 다리!

그것도 문 아니야?
장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회


다리 사이 공간으로 통과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그 넘어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손잡이가 있는 곳만 문인가요? 틈이 생기는 곳이 바로 문인 거죠.

(실제로 그 뒤에는 작가의 작업과정과 생각들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었죠. 상상이 과했는지 조금 아쉬웠습니다.)


느낌이 어땠어?


우리가 난쟁이가 된 것 같았어.
거인의 발에 밟힐까 봐 무서웠어.


엄마. 집이 얼굴이라면 문은 입 같아.
사람을 삼켜 버리잖아.


봄이 되고 베란다 폴딩 도어를 열자마자, 아이들은 자기들 공간으로 쓰겠다며 막아뒀습니다.


너희는 왜 문을 만드는 거야?


우리 공간이니까!


거실 바닥에는 책, 레고 블록, 자동차, 종이 조각들, 머리끈이며 정말 수많은 것들이 뒹굴고 밟힙니다.

마음먹고 싹 정리한 날이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는 눈빛들이 반짝입니다.

봄이라 베란다 문까지 열었으니 더 넓고 시원한 공간이 생긴 거죠.

어김없이 신나는 개구쟁이 눈 빛으로 물어봅니다. "엄마 여기 우리 공간해도 돼?"

(아... 나도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 답정너 아니니...)

간식을 먹을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또 채우기 시작하네요. 신나게 자기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들어오지 말라고 막아 둡니다.


저 막대는 어디 있었을까요? 이번에는 쏙닥 거리며 둘이 비밀번호를 만들고 공유합니다.

그 공간에서 아마 아이들은 자신들의 규칙이 적용되는 유일한 세계 이겠지요.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려나요?


미안하게도 재미없는 엄마는 뛰어넘어 다닙니다.





+ 아이들과 손으로 만들다



∞ 딱 맞는 문을 만든다면, 어떻게 해 보고 싶어?

너희가 매일 마주하는 문들의 하나여도 좋고, 상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문도 좋고.



재료: 색지, 코팅지, 가위, 풀, 색연필


Rainbow ×


"피아노 모양의 문이 있어.

그 앞에서 건반 모양의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거야!

피아노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 "


"또 하나 더 그릴 건데 이 문을 통과하면 해먹이 짠 나타나는 거야. 편안하게 쉬는 공간!

엄마! 해먹을 사주면 안 돼?" (엄마도 공간만 있다면 달고 싶다.)


이번에는 그림으로만 그리고 싶다고 합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언제나 아이들의 뜻대로.


상상해 본 피아노 문 그리고 "해먹입니당"



Blue ×


"동그라미 문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자르지?"


원하는 크기로 그려두면 잘라 줄게!

그런데 무슨 문이야? 어떤 곳으로 가는 문일까?


"나 야구공 모양으로 그릴 수 있어!"


응? 아...!


둘째는 하나씩 덧붙여 만들기 시작합니다.

문을 뚫고 종이를 접어 공간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어 그 공간을 채웁니다.

아, 야구 연습장이었습니다. 정말 이 문을 보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겠죠?


문 넘어 자기가 원하는 공간을 꿈꾸고 있었네요.




"엄마!"

"엄마 포수는 어떻게 그려?" 응? 엄마가 앉아 볼게...


네! LG 트윈스 오스틴 팬입니다.

작년 유치원에서 야구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 진짜 야구팬이 되어버린 아이입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놀이터에서 야구공을 던져 달라고 성화입니다.

뛰는 건 너무 힘든 이 엄마는 '못 맞추면 재미없어 그만두겠지'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강속으로 던집니다.

하. 이런 당혹스러운 일이... 신기하게도 잘 맞춥니다!



'아들아.. 야구는 원래 아빠랑만 하는 거야.'





+ 책 한편, 엄마의 메모



늘 보던 것낯설게 보며 의미를 찾아보고 이야기하면서, 지금 아이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문 하나로 여러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기대감을 줄 수 있는지 상상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유년기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목적의식 없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놀이로 즐기며 상상하는 두 아이들을 통해 저 또한 다시 배우고 있어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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