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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테니스

by 체리봉봉 Mar 07. 2025

타고난 허약 체질의 종이 인형과 날씬한 몸매로 마른 비만을 자랑하는 그의 짝꿍은 두 번째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잠시 우리 부부가 했던 첫 번째 운동을 말해보자면 기구 없이 근육을 단련하는 맨손 pt였다. 집 앞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인 도보 3분 거리의 헬스장이었다. 일주일에 주 3회 50분씩 하는 운동으로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두껍게 만들기에 제격이었다. 



아령 들고 런지 하기, 스탭박스로 하체 운동하기, 스쿼트로 허벅지 힘 기르기 등 부위별 맞춤 근력 운동을 했다. 회원들 중 그래도 젊은 축에 속했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려니 만만치 않았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자꾸만 힘이 빠지는 팔뚝을 들킬세라 가쁜 숨을 숨기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재미없고 힘들었지만 근육도 챙겨야 하는 나이라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열심히 다니겠노라 다짐도 했었다. 그러던 중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종이 인형의 엄지 손가락에 건초염이 생기는 바람에 오른손에 붕대를 둘둘 감고 석 달을 지내야 했다. 혼자 꾸준히 운동을 해도 좋았건만 남편은 천생연분임을 자랑하려는 건지 나를 따라 중도 포기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남편은 갑자기 테니스를 배워보자며 옆구리를 찔렀다. 테니스는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지만 라켓이 배드민턴 라켓보다 무겁다는 것과 테니스 엘보라는 병명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남편과는 달리 관절 이슈가 있었던 데다 평소 운동이라면 숨쉬기와 걷기 정도만 했던 터라 잠시 고민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부상 걱정부터 했지만 단 둘이 배우는 거니 적당히 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어차피 둘이서 하는 스포츠니까 기본자세만 충실히 배워도 부부의 취미로 즐기기에 손색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레슨 첫날, 성인이 되어 스포츠를 배워본 적이 전무했던 나는 약간의 긴장감과 묘한 설렘 그리고 한 스푼의 걱정을 안고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못해 체육 시간을 가장 싫어했던 과거의 나와 마흔이 되어 부상이 걱정되는 소심한 나 그리고 남편과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게 돼 신이 난 나의 자아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었다 사라지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이내 테니스장에 도착했다.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몸을 사리며 해야 한다고 남편에게 거듭 잔소리를 하면서도 이왕 하는 거 샤라포바와 조코비치가 되어 보자며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극단을 오가는 소리에 남편은 심드렁했고 늘 그랬듯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긴장감과 걱정을 입으로 풀었다. 



드디어 우리를 샤라포바와 조코비치로 만들어 줄 테니스 선생님을 만났다. 듬직한 체격에 다소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선생님은 우리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학원에 비치된 테니스 라켓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배드민턴 라켓보다 많이 무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생각보다 가벼웠다. 이 정도면 자신 있게 휘두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첫날이니까 라켓 잡는 법과 테니스의 기초 자세인 포핸드 스트로크부터 배워 보기로 했다. 테니스 코트에 선생님과 마주 보고 서서 라켓 잡는 법부터 배웠다. 라켓의 손잡이 가운데를 1시 반 방향에 맞춰 엄지와 검지 사이로 감싸 잡는다. 양발을 나란히 두었다가 왼발을 오른발 위로 옮겨 세로로 일직선을 만든 후, 동시에 오른팔을 뒤로 보내 아래에서 위로 올려 치면 된다. 공을 치고 나서 오른팔을 왼쪽 어깨 위로 끝까지 당기고 왼손으로 라켓의 헤드와 손잡이 사이의 넥 부분을 잡는다. 



나의 저조한 운동신경으로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반듯한 자세라며 자연스럽게 칭찬을 하는 선생님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자신감이 사기충천했다. 반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남편은 골프를 잠시 배웠던 탓에 테니스를 골프처럼 치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팔만 움직여야 하는데 허리도 팔을 따라 자꾸 돌아갔다. 이러다 나중에 골프도 테니스처럼 칠 것 같은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본인도 민망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선생님과의 일대일 코치를 이어갔다. 20분 동안 자세를 배우고 남은 20분은 남편과 공을 번갈아 치며 연습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나도 이제 어엿한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테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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