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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름 Nov 24. 2024

기적(奇跡)을 만드는 하루

용감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버킷리스트'라는 용어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목록을 의미한다. 중세시대 사형수를 양동이 위에 올라가게 한 다음 밧줄에 목을 걸로 집행관이 발로 버킷을(kick the bucket) 차는데서 유래했다. 즉 발로 양동이를 차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죽을힘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이 버킷 리스트인 것이다.  

영화 롭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버킷리스트, bucket list>라는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단어 bucket list.  영화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중년 남성이 병으로 죽기 전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살면서 해보지 못한 것, 미련이 남는 일, 후회되는 일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조선 영조 때의 대학자 이익(李瀷)이 구래공의 육회명을 보고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자신의 육회명(六悔銘)을 새로 지어 남겼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여섯 가지.
마음속에 새겨보면 좋을 글귀이다.

(行不及時後時悔/ 행불급시후시회),
행동이 때에 못 미치면 지난 뒤에 후회하고
(見利忘義覺時悔/ 견리망의각시회),
이익때문에 옮음을 잊으면 깨달은 뒤 후회하며
(背人論短面時悔/ 배인론단면시회),
등뒤에서 남의 흉허물을 헐뜯으면 만났을 때 후회하고
(事不始審僨時悔/ 사불시심분시회),
일을 처음에 못 살피면 실패한 뒤 후회하고
(因憤忘身難時悔/ 인분망신난시회),
분함을 못 참고 체신을 잊으면 어려울 때 후회하고
(農不務勤穡時悔/농불무근색시회).
농사에 게으르면 수확할 때 후회하네.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조차 매일 좀 전에 이렇게 말할걸 후회하고, 어제 이걸 먼저 할걸 후회하고, 그때 그러지 말걸 후회한다. 아무리 후회하는 삶이 현재가 아닌 과거에 머무르는 삶이라고 가르쳐준들 어찌 매번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다. "그게 아니고"라는 말이다. 내 말에 대한 바로잡음을 위해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는 말인 듯한 뉘앙스의 저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 배어있었나 보다. 어느 날 그 말을 하고는 바로 후회를 했다. '앗, 잘못 말했다.' 그러나 이미 상대의 귀에 들어가 버렸다. 또 나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어 왜곡될까 하는 걱정으로 인해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한다. 나이가 드니 자꾸 말이 많아지는데 말하고 나서 언제나 이불킥을 하는 부분은 너무 말을 많이 한 것이다. 들어야 하는데,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누가 말을 붙여주면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 댄다.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선을 넘어버린다.




그렇다면 죽기 전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또 후회하지 않을 일은 무엇일까.


후회라는 글자는 뒤 후(後) 자와 뉘우칠 회(悔)를 합한 단어로 일이 지난 뒤에 깨치고 뉘우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이유는 삶의 후회를 적게 남기려는 가시적인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외국에서 혼자 살기'가 담겨있다. 버킷리스트이긴 한데 사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과연 혼자 살 수 있을까. 국내도 아니고 외국에서. 물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알량한 것들을 다 내려놓고, 다 그만두고 낯선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용기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유학이나 이민은 젊을 때 가야 하는가 보다.

용기라는 글자는 날랠 용(勇)과 기운 기(氣)가 합쳐진 글자이다. 용기라는 글자와 용감(勇敢)이라는 글자는 기운 기(氣) 감히 감(敢)만 다르다. 이 감(敢)이라는 글자가 나에겐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된다.


어떤 도전 앞에 선 나는 나에게

"야! 네가 감히 가당 키나 하냐!"라고 버럭 소리를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용감하게 잘 살아왔잖아. 용기를 가져!"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조차 나에겐 '감히'와 '용감'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를 치며 큰 회오리를 만든다. 어떤 날은 '용감해졌다'가 어떤 날은 '내 주제에, 내가 감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초라해짐을 느낀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용감하게 도전을 할 수 있는 것들은 내가 내 안이나 그 어떤 장소에 무언가 발자취를 남긴 일에는 '용기'를 낼 수 있고, 단순 막무가내 희망사항에는 '감히'가 덧 붙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 씨앗도 심지 않고 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것에 나는 '감히'라며 나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동안 조금이라도 씨앗을 뿌려둔 일에는 용기라는 씨앗이 내 안에 자라나고 있음이 느껴지면서 용감해지곤 한다.




좋아하는 글자 중에 기적이라는 글자가 있다. 기적은 기특할, 기이하다 기(奇)와 발자취 적(跡)이 합쳐진 글자이다. 사전에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닌가. 기적은 글자 안에 발자취라는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맨땅에 헤딩하거나 씨도 뿌리지 않은 땅에 새싹이 돋지 않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기본을 무시한 듯 소망만을 바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뜬구름과도 같은 소망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적어도 내가 뿌린 작은 씨앗에서 도전의 용기(勇氣)가 피어나고 용감(勇敢)이 자라나 기적(奇跡)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로또를 사야 1등이든 5천원이든 당첨되고 낚싯대를 던져야 송사리라도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로또나 낚시보다는 큰 확률을 가진 나에게 씨앗을 심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자. 글자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마음속에 심어 물을 주고 나라는 꽃이 활짝 피는 기적을 매일 경험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매일 경험하는 기적은 또 다른 기적을 길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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