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야할 일
2026학년도 수능이 이제
5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아이보다 오히려 저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을 탓하며 지워보지만, 다시 깔면 그만이지요.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작은 네모 속 세상에서 정보와 위안을 얻다가도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저 자신을 보며 깨닫습니다. 어른도 결혼을 앞둔 신부처럼 마음이 뒤숭숭한데, 아이는 오죽할까요. 그래서 오늘도 모니터 앞에 앉아 작은 산 하나를 넘어 보려 합니다.
수시 접수가 끝난 고3 교실은 이제 수시파와 정시파로 확연히 나뉘었습니다. 수시파는 면접, 수능 최저, 논술을 준비하거나 발표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정시파는 오직 수능에만 집중하는 아이들로 나뉩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사소한 오해가 생기거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수시파 아이들은 지난 5학기 동안 온 힘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그저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남았을 뿐입니다. 기다림은 겉으로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불안한 시간입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속은 초조함으로 흔들리기 마련이죠. 그래서 부모나 친구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그럴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저 "네가 많이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주고 조용히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이 아이들은 합격 소식에 마음껏 기뻐할 수도, 불합격 소식에 온전히 슬퍼할 수도 없습니다. 아직 발표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배려하고, 부모님께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고3이 되면 아이들은 속이 깊어져 자신의 기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누구보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혼자 좌절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만큼은 아이의 노력을 마음껏 축하해 주세요. 부모의 자랑은 아이에게 뿌듯함과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다만, 같은 또래 자녀가 있는 지인 앞에서는 자랑을 삼가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연락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불합격 소식이 들려와도 아이의 존재 자체가 소중한 가치임을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불안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능 최저가 걸려 있다면 무엇보다 최저 충족이 우선입니다. 최저가 없는 전형이라면, 지원 학교 홈페이지에서 최근 연구 성과, 인재상, 비전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됩니다. 논술은 경쟁률이 높아 냉정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6월, 9월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국어, 수학 백분위가 95% 이상이라면 논술의 비중을 높여도 좋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험 당일 교통 혼잡을 고려해 승하차 지점과 주차 위치까지 미리 시뮬레이션해 두는 작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능 전 논술이라면 두 시험의 균형을, 수능 후 논술이라면 수능 성적에 따라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은 수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시파는 이제 남은 50여 일을 "다시는 이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전력 질주해야 합니다. 주변의 합격 소식에 흔들리지 말고, 잠을 줄이거나 새로운 공부법을 시도하기보다는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묵묵히 나아가야 합니다. 9월 모의고사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쯤 체력이 떨어지고 의지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긴 추석 연휴는 큰 유혹이 되겠지만, 이번에 놀면 내년에 또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텨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송편을 먹고 TV를 볼 때, 아이가 가방을 메고 나선다면 "오늘만 쉬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그러나 그 말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추석만큼은 애처로운 눈빛 대신 대견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봐 주세요. 수능이 끝나면 전도 먹고, 밤새 게임도 하고, 마음껏 잠도 잘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지 말고, 휴일에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장한 아들딸로 바라봐 주세요.
자신의 목표와 꿈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뒤로 미룰 줄 아는 훌륭한 청년들입니다. 대한민국 입시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본 경험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 간판이 아닌, 아이의 노력과 성취 경험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두 눈에 하트를 가득 담아 집에 돌아온 아이를 바라보며 꼭 안아주세요. 그것이 지금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