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글

아이의 눈을 바라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by 따름

정시 원서를 접수하고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서를 넣으며 마우스를 잡고 움직이던 아이의 손을 보았습니다. 그때 아이는 떨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다음 날에도 자신이 실수하지 않고 잘 접수했는지 화면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더군요. 전화를 걸어 명확하지 않은 부분까지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인 저는 다시 한번 안심했습니다.

‘그래, 저런 자세라면 앞으로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겠구나.’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진심을 다해 내디딘 그 첫 발자국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정작 그 당시에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성취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정작 결과에만 몰입하고 매몰되어 그 과정을 놓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입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결과만을 학수고대했지, 그 이면의 과정에는 실제로 큰 의미를 두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단 두 글자로 아이의 12년 노력을 다 단정 지을 수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합격이라는 글자를 마주하는 순간은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쁠 것이고, 불합격이라는 글자를 마주하는 순간은 그 반대겠지요. 하지만 찰나의 기쁨이나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자주 눈이 멀어버리고 맙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 귀중한 여정을 단 몇 글자로 짓눌러 연소시켜 버리곤 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결과만 바라보느라 아이의 눈과 입과 손을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떨고 있는 아이의 손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불안에 흔들리는 눈동자, 다 깨물어 부르튼 입술, 피가 날 것처럼 물어뜯은 손톱이 그제야 보였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이토록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면, 그깟 찰나의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는 이미 값진 교훈을 배웠기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넘어져 헛손질을 하고, 삽질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도, 그 과정을 거치며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울 ‘나만의 땅’을 일궈낸 셈이니까요. 물론 그 땅이 아직은 얼어 있고, 보이지 않는 바위들로 인해 첫해부터 순조롭게 멋진 수확을 거두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또 삽질하고 넘어지며 땅을 다지고 돌을 고르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모른 척 뒷짐 지며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그 떨리는 손과 눈이 이미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요.


살며시 눈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여전히 떨고 있는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에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기도하려 합니다.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그 어떤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너만의 삶을 멋지게 만들어 나갈 양분으로 삼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이 글을 끝으로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짜잔!' 하고 어느 대학에 합격했다는, 여전히 미물스러운 결론을 상상하며 응원의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언제쯤 이 미물의 탈을 벗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글의 내용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부단히 애썼다는 것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대학의 '간판'이 이 연재의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격과 불합격을 떠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애쓰는 사회초년생의 엄마로서 그저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이 연재도 여기에서 매듭짓는 편이 낫겠지요.


그동안 저희 아이와 저의 글을 응원하며 함께 기도해 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내 아이만을 바라보며 쓴 글이 결국 다른 집 아이들에게도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저 또한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을 매주 함께 읽어주신 작가님들 덕분입니다.


저는 조만간 또 새로운 연재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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