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축하해 줍시다.
요즘 입시 카페가 후끈후끈합니다. '빠집니다'라는 추합의 물결로 말이지요.
아이의 일은 언제나 나의 일보다 훨씬 더 진심이었고, 더 간절한 부모의 마음. 두 손 모아 기다리던 전화가 드디어 온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경험자가 아니면 그 마음의 반도 짐작하지 못할 것입니다.
수시지원자에 대한 추합 전화가 돌고 있는 시기입니다. 대학마다 상이하지만 12월 24일 밤 10시면 모든 학교의 추합은 마감되고, 미등록 인원은 정시로 이월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편, 아직도 소식이 없는 영원한 짝사랑의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의 부모도 있기 마련이지요.
이미 '불합격'이라는 최종 선고와도 같은 세 글자를 받은 순간, 마음은 이미 바닥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닥이라 확신했던 곳이 바닥이 아니었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 바로 요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고마운 것들이 모두 다 추해 보이고 가식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니 '빠집니다'라는 글, '합격'을 알리는 글조차 자랑처럼 밉게 보일 것입니다. 내 마음이 바닥인데 무엇이 아름답고 좋아 보이겠습니까. 내 자식이 울고 있는데 어떻게 '축하'의 말이 나오겠습니까. 당연합니다.
합격의 기쁨과 불합격의 쓰디쓴 양쪽 끝.
절대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두 점.
그런데 말입니다.
누군가는 합격해서 빠져주어야 구멍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 알잖아요. 이미 머리로는 다 알고 있습니다. '빠집니다'라는 글에 내 온 마음을 다해 '정말 잘됐다, 정말 다행이다, 너라도 붙어서 얼마나 다행이냐'라는 마음을 먹고 축하해 주어 보자고요.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먼저 올려 보내 놓으면, 몇 시간씩 막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던 꽉 막힌 길이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수시 6장 모두 광탈했다고 칩시다. 나보다 내신 성적도 생기부도 안 좋은 녀석이 붙어서, 세상 뭐 이렇게 불공평한가 싶은 마음에 힘들다고 예를 들어 봅시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이 하나둘 빠져주면 '정시'가 훨씬 더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즉 고3 현역 중에 내신 좋고, 생기부 좋은 학생들이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가야, 나머지 정시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친구들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도 올라가는 법입니다.
그러니 그래, 잘됐다. 정말 잘됐다.
박수 쳐 줍시다.
그럼 돌고 돌아 나에게도 차례가 올 것입니다. 울고 있는 내 자식 얼굴에도 웃음꽃 필 차례가 돌아 올 것입니다. 아직까지 속물이라 나에게 기회가 온다 하니 박수를 쳐줄 힘도 나고, 축하해 줄 마음이 있는 것이다, 속 시원하게 인정하고 그렇게 하자고요.
축하해 주고,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은 순풍이 되어 봄에 좋은 소식을 몰고 올것입니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오려던 순풍도 차게 식혀 버릴 것입니다.
우리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말고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 줍시다.
애들아, 모두 모두 축하한다.
우리도 곧 갈게.
그때 너희도 우리 많이 축하해 줘.
세상은 그렇게,
축하의 마음이 돌고 돌아 따뜻해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