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라는 단어와 대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찬 아침 공기와 따뜻한 김밥이 떠오릅니다. 아침에 갓 지은 구수한 밥에 짬쪼름한 조미김 한 장으로 꼬마김밥처럼 작게 싼 김밥. 아침도 못 먹고 뛰어 나가는 딸에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신 엄마가 싸주신 따뜻한 김밥. 시금치도 당근도 없지만 세상 그렇게 따뜻하고 맛있는 김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수능'은 따뜻한 김밥이자 엄마의 마음입니다. 그해 지원한 곳의 대부분의 학교에선 불합격의 소식을 들었지만 딱 한 군데 합격 통지를 받아 졸업을 하였지요. 점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몇 등으로 합격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날 받아준 대학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엄마의 김밥이 있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그렇게 저는 그 감사한 마음을 품고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수능 성적표를 아이들이 모두 받아보았을 텐데요. 아이들의 마음속에 수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수능 점수 중요합니다. 대학 간판 또한 중요하지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 목표이자 이유이니까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적표를 받던 날의 엄마의 표정일지도 모릅니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나왔을 때의 집안 분위기 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2026 수능 시험은 불국어, 불영어라는 단어와 함께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니 평소 실력이 수능 시험 결과로 나온 집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집은 실망을 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가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사는 것은 점수나 대학의 간판이 아니라 자신을 따뜻하게 믿고 보듬어주는 가족들의 표정과 마음일 것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의 점수에 실망하고 있을 아이에게 평생에 남을 더 깊은 상처를 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저 역시 글에서 쓴것과 같은 마음이 처음부터 들진 않았습니다. 말로는 순수한 응원을 외치면서 은근히 두 번째 수능이라 작년보다 훨씬 더 나아진 점수를 기대했었나 봅니다. 그러나 두 번째라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더군요. 그렇다고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아이나 부모의 영향력 밖에 있는 어쩔 수 없는 변수의 영향을 고스란히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시험의 난이도나 선택한 과목의 경쟁자, 평가원의 출제 의도 등 너무나 많은 변수앞에 아무 힘없이 흔들리는 나무가 되어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수능이라는 시험은 N수라고 그다지 유리할 것도 없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은 매해 처음 치러지는 시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머리로는 아는 그 사실이 진학사를 돌리거나 시험 엑셀표를 돌릴 때마다 '아 국어에서 1 문제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걸, 영어에서 1 문제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이상한 마음이 들어 아이 얼굴을 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제 마음을 들킬까 봐요. 아이가 제 표정을 읽기라도 할까 봐요. 그러나 그렇게 누군가를 탓하고만 있는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오히려 먼 훗날 아픈 상처로 영원히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서로의 아픔과 서로의 노고를 알아주고 안아주고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한 응원과 용기와 따스함을 줄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곳에 합격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 한곳! 내 아이가 들어갈 그 학교를 찾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엄마는 학부모이니까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내 손에 주어진 점수로 3장의 원서를 가장 잘 조합하여 내 아이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아이에 대한 보답으다 말입니다. 아침에 갓 지은 밥으로 김밥을 싸주시던 우리 엄마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내 아이에게 가장 유리한 그 한 곳을 부모는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시 컨설팅을 하는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내 마음처럼 내 아이의 학교를 간절하게 찾아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장 간절한 내가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성인이 되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주는 '선물이다'라는 마음으로 눈에 노안이 오도록 여러 자료를 찾아 읽어보고 돌려보고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한 곳의 자료만을 맹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 곳의 말을 듣다 보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일 년이 넘도록 공부한 아이도 있는데 고작 한 달, 이것 하나 못할까요. 아이가 갈 학교를 우리 손으로 골라주어 보아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준비하면서 정리한 단계를 공유합니다.
1. 실채점 분석 영상 시청 - 주요 입시 기관(종로, 대성, 메가, 유웨이 등)의 분석을 통해 올해 시험 난이도에 따른 점수대별 유불리를 파악합니다.
2. 진학사 & 고속성장 칸수 및 색깔 분석 - 여러 분석 툴을 비교하며 보수적인 시각과 공격적인 시각을 모두 확보하고, 아이의 점수 위치를 객관화합니다.
3. 3개년도 입결 확인 - 최근 3년 치 합격선(커트라인)을 확인하여 학과/대학의 선호도 변화와 변동폭을 예측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합니다.
4. 바뀐 입시 내역 파악 - 올해 모집 군 변경, 모집 인원 변화, 전형 요소(반영 비율/가산점 등) 변경된 대학/학과를 필히 확인하여 유불리를 따집니다.
5. 수시 이월 인원 파악 (12/24 이후) - 수시에서 미충원된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므로, 최종 정시 모집 인원을 확인합니다. 선호 학과의 모집 인원이 늘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6. 마지막 경쟁률 확인 - 원서 접수 마감 직전의 경쟁률을 확인하여 눈치 싸움에 참여합니다. 지나친 경쟁률 급등/급락 학과는 피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런 순서로 대략의 할 일을 정해 봅니다. 부디 열심히 공부하시어 좋은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정시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