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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글로소득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 줘서 고마워

by 희너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이제 딱 1년이 되었다. 처음 지원서를 제출하고 합격 메일을 기다리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나는 ‘합격만 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아주 순수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이른바 ‘브런치고시’를 한 번에 통과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뻤던지.


처음에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일주일에 한 편씩, 많으면 두 편씩 꼬박꼬박 글을 발행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초심의 불꽃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3개월, 6개월, 9개월… 어느 순간 글은 내 삶의 후순위가 되어 있었다.


핑계는 늘 찾으면 많았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내 밑천이 다 드러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늘 제자리걸음 같은 글쓰기 실력에 실망해 포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인 건, 함께 쓰는 동기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기들 덕분에 한 달에 한 편, 정말 바쁠 때는 두 달에 한 편이라도 억지로, 어떻게든 글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즈음 한 동기 작가님께 축하할 일이 생겼다. 브런치에 올린 글을 요약해 <좋은 생각>에 응모했는데 채택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의 일인 듯 기뻤고 우리는 다 함께 축하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에게 용기를 건넸다.


일상 속 작은 에피소드라도 응모해 보세요. 여러분도 충분히 가능해요.


진심을 담은 말임에도, 나는 속으로 ‘그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선을 그었다. 그녀는 내가 봐도 탄탄한 필력을 가진 작가였으니까. 나는 그저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작은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사춘기 아이처럼 ‘나도… 해볼까?’ 하는 객기가 불쑥 피어올랐다. 그 파동을 못 본척하려다 결국 브런치에 쓴 글들을 다시 살폈다. 그리고 아이와 있었던 소소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한 에피소드를 골라 2025년 8월, <좋은 생각>에 응모했다.


기다리는 동안 ‘혹시 나에게도 행운이?’ 하며 조심스레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응모해줘서 고맙다는 문자와 함께 좋은 생각 잡지 한 권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실망도 되었지만,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생각 한 권을 선물로 보내주다니. 그 따뜻함에 씁쓸했던 마음이 금세 녹아내렸다. 그렇게 한 날의 에피소드처럼,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두 달 지나고 10월의 어느 날, 잊고 있었던 그때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좋은 생각 편집팀입니다.’


순간 당황했다. 응모한 적이 또 있었던가?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8월에 냈던 글이 11월에 채택되어 실리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저 흘러가는 줄만 알았던 내 글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오다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져나갔다.



사실 10월엔 글을 한 편밖에 쓰지 못했다. 1년 만에 찾아온 깊고 깊은 글태기. 노트북을 켜는 것조차 귀찮고, 글과 담을 쌓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게 좋은 생각은 마치 말하는 듯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쓰세요.


브런치를 함께 시작했던 동기들 중, 지금까지 글을 쓰는 사람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일상에 치여 읽기와 쓰기를 뒤로 미루고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그리고 ‘나’로서 매일 살아내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 알기에.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바란다. 부디 다시 시작했으면. 함께 쓰며 기쁨도, 슬픔도 나누었으면. 나처럼 느리고 부족한 사람도 꾸역꾸역 버티다 보니 이런 선물 같은 일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이 마음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이번 일로 가족에게도 조금은 면이 섰다. 그동안 ‘글 쓴다’고 말은 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었는데, 잡지라는 물성 있는 결과물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문창과 출신도 아니고, 남들처럼 특별한 필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벅차다. 이대로 하루, 한 달, 1년, 10년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게도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이 따라와 주지 않을까. 가을 하늘만큼 높은 꿈이 언젠가 손끝에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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