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이미 이야기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대학만 들어가면 즐겁게 놀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스님처럼~
대학 입학을 하고 과친구들과 동아리 탐방을 시작하였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연합하여 친목을 도모하는 동아리,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
노래하는 동아리 등 여러 곳을 방문하던 중
재미있게 생긴 선배 (본인 자칭 '원숭이')가 엄청 친절한 말투로
우리에게 무조건 들어오라고 제안하는 동아리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
'묵향'
뭐 하는 동아리 일까?
맞다!
그곳은 묵향이 항상 배어있는 서예 동아리다.
선배들의 가르침에 따라
가로획 긋기, 세로획 긋기, 'ㅇ' 쓰기 등 지루한 기초를 학습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평시조를 하나 골라 연습했다.
10월에 열리는 가을 축제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글 서예를 열심히, 아주 열심히 연습하여
대학미전과 다른 두 서너 곳에서 입상을 하였다.
큰 작품을 할 때는 책상에(좌식 책상) 앉아 쓰다가
너무 졸려 집중이 안 되면
책상을 이불 삼아 그 밑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더 좋은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사 모으고 연구하고
옛날 사람처럼 작은 붓을 사용하여 흘림체로 글을 써서
화선지를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니기도 했었다.
많은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결혼할 때 이사 할 때 치우고
지금은 1개의 작품만 가지고 있다.
문방사우도 여러 개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낙관과 아주 작은 벼루만 가지고 있다.
이 추이미생활이 직장에서도 많이 활용이 되었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굳이 고생할 필요가 없는 이유로
실생활에 이용되지는 않지만
작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1의 추이미는 대학 1 때부터 약 10년간은
아니 직장 다닐 때에도 더 배우러 다니고 활용도 했으니까
15년 정도는 했나 보다.
나에게 서예의 세계로 안내한 선배도 고맙고
항상 우아한 자태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 교수님도 고맙고......
서예과 관련된 추억들이 스쳐간다.
추이미생활 하느라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남는 것도 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인정도 받고
행 복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