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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 하~ 아이디어를 볶아라 (5)

by 맛있는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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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친 후, 제우와 유리는 나란히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늦은 밤, 열차 안은 조용했고,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각자의 휴대폰에 몰두해 있었다. 피곤이 쌓인 하루의 끝자락, 차분한 공기 속에서 둘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제우가 가방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내 유리에게 내밀었다.

“이거…”


유리는 살짝 놀라며 제우를 바라봤다.

“뭐야? 저녁까지 사주고 선물까지?”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근데, 선물이 좀 작은 거 아니야?”

제우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풀러봐도 돼?”

유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차 안엔 몇 명뿐이었고, 모두들 여전히 자신의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응, 풀러봐.”

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리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며 궁금한 눈빛을 보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작고 세련된 오르골이 담겨 있었다.

“오르골? 제우 씨, 이거 너무 예쁘다!”

유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제우는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유리 씨가 집들이 때 준 거랑 비슷하지 않아?”


유리는 웃으며 오르골을 손에 들고 살펴봤다.

“같은 선물을 주고 받다니, 센스 있다. 너무 웃기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오르골을 돌려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Take on Me’의 멜로디가 조용히 열차 안에 울려 퍼졌다. 마치 이 순간만을 위한 배경음악처럼, 고요한 열차 안에서 오직 제우와 유리만이 그 소리를 함께 듣고 있었다. 멜로디는 차분하면서도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두 사람은 음악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차 안에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은 그들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열차 밖으로 지나가는 밤 풍경처럼, 두 사람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 노래 진짜 좋다! 누구 노래야?”

제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

유리는 그 말을 듣고 장난치는 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

“에이, 장난치지 말고. 진짜 누구 노래냐고!”

제우는 웃음을 참으며 다시 말했다.

“진짜로, 아하. 그룹 이름이 ‘아하’야.”


유리는 한참 동안 눈을 찡그리며 생각하더니, 결국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하~ 그렇구나. 이제야 이해했네.”


여전히 궁금해하던 유리가 다시 물었다.

“근데 이 노래 제목은 뭐야?”


그 순간, 제우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순수한 물음에 한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실, 유리에 대한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어쩌면 그날 집들이 때 그녀가 오르골을 선물해준 순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함께한 작은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가면서, 제우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그 감정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유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제우 씨, 왜 갑자기 멍하니 있어? 제목이 뭐야? 말해줘 봐!”


제우는 살짝 긴장한 채, 유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Take… o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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