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는 헐떡이며 버거집에 도착하자마자 카운터에 외쳤다.
“감자튀김 포장해주세요! 빨리 부탁드릴게요.”
따뜻한 감자튀김을 손에 받아 든 제우는 그것을 품에 안고 다시 집까지 전력질주했다. 식지 않도록 조심하며 달려온 그는 숨을 고르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유리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번엔 네가 좋아할 요리를 만들어 줄게.”
제우는 품에서 감자튀김을 꺼내며 활짝 웃었다.
유리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자튀김…?”
제우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특별한 요리니까 기대해도 좋아.”
그는 식탁 위에 남겨진 갈비찜을 조심스럽게 다시 주방으로 가져갔다. 유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둔 갈비찜을 보며, 제우는 오늘은 꼭 그녀를 미소 짓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제우는 먼저 갈비찜 소스를 냄비에 옮겨 약한 불로 데우기 시작했다. 소스가 서서히 끓어오르며 진한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그는 남은 갈비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썰어 소스에 다시 넣었다. 고기와 소스가 뜨겁게 어우러지며 깊고 풍부한 향이 퍼져나갔다.
“자, 이제 하이라이트야.”
제우는 미소를 지으며 데운 소스를 들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는 감자튀김 위에 따뜻하고 진한 갈비 소스를 듬뿍 부었다. 바삭했던 감자튀김은 소스를 머금으며 촉촉하게 변했다. 이어 얇게 썬 갈비 고기를 그 위에 얹고, 마지막으로 푸틴처럼 녹을 수 있는 치즈를 듬뿍 뿌렸다. 치즈는 뜨거운 소스에 닿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감자튀김 위를 덮었다. 녹은 치즈가 소스와 고기를 감싸며 완벽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사실… 내가 푸틴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네가 캐나다가 아니라 여기서, 그리고 나랑 같이 내가 만든 푸틴을 가끔 먹어줬으면 좋겠어.”
제우는 진심을 담아 조용히 말했다.
그 순간, 유리는 눈을 크게 뜨고 제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은 그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동안 품어왔던 불안과 걱정, 그리고 제우와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런데 제우의 말은 마치 ‘한국에 남아줘’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유리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혼란과 불안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 정말 고마워.”
유리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제우의 진심 어린 말과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했다.
그녀는 천천히 수저를 들어, 제우가 만든 푸틴을 한 입 떠서 입에 넣었다. 감자튀김의 바삭함, 진한 갈비찜 소스의 깊은 풍미, 그리고 녹아내린 치즈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한 입 한 입이 따뜻함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리는 잠시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하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모든 걱정과 불안이 잠시 사라지는 듯했다.
눈을 뜬 유리는 제우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고마움과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제우씨…”
그녀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나도 푸틴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꼭 캐나다까지 가서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유리는 미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아마 이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푸틴일 거야.”
제우는 유리의 말을 들으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미소와 그 한 마디가 오늘 밤 그가 품었던 모든 불안을 단숨에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