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 집 안으로 들어섰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제우는 그런 유리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오늘만큼은 그녀를 위해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료는 뭐 마실래? 차? 아니면 주스?”
유리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물만 줘.”
제우는 조용히 물을 건네고, 준비한 밥과 반찬들을 식탁 위에 차렸다. 그리고 메인 요리로, 정성껏 담아둔 갈비찜을 식탁 한가운데 올려놓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맛있는 갈비찜을 준비했어. 기운 내라고.”
그러나 유리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마치 제우가 자신이 캐나다에 가는 것을 이미 확정 지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속은 더 무거워졌다. 밥을 떠보지만, 갈비찜은 쉽게 입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제우는 눈치 없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맛있어. 한 번 먹어봐.”
그러자 유리는 갑자기 수저를 내려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우는 순간 당황하며 조심스럽게 불렀다.
“유리씨…?”
그러나 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제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준비한 갈비찜이 유리에게는 마치 캐나다에 가는 것이 이미 결정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을. 선의로 준비한 요리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유리에게는 상황을 더 슬프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아… 그래서 유리씨가 갈비찜을 먹기 힘들어했던 거구나…’
제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는 유리의 복잡한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때, 유리의 전화벨이 울렸다.
소리에 놀란 제우는 멈칫했다.
그런데 익숙한 멜로디, **아하(A-ha)의 “Take on Me”**가 울리자, 유리는 당황한 듯 전화를 급하게 끊어버렸다.
짧게 흐른 그 음악은 제우의 머릿속을 환하게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유리가 캐나다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나 환경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속으로 제우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가지 말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제우는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리씨, 잠깐 나갔다 올게. 여기서 기다려줘. 금방 돌아올 거야.”
유리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 갑자기 왜?”
제우는 환한 미소로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잠깐이면 돼. 바로 올게.”
그리고 그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