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삶을 나눈다는 것은
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이었다. 같은 장소를 여행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살고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는 것이 가장 기대되었다. 그 나라에서 평생 나고 자란 사람, 다른 곳에서 이주해오신 분, 여행으로 오신 분, 잠시 출장으로 오시게 된 분들 등 참 다양한 형태이지만 결국 함께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이게 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렇게 난 일본에서 첫 동행을 구하게 되었다. (동행이란 날짜와 시간, 하고자 하는 것들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여러 대화와 즐거움 속 외국을 즐기는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은 자리가 파할 땐 총 네 명이 되었다.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동행을 통한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약속을 잡고 장소를 정하고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걱정과 많은 설렘이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첫 동행들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일본에 도착한 사람들이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현재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나누기에 그 자체로 즐겁기에는 충분했다.
낯설기에 더욱 편안한, 그렇게 웃음 섞인 시간들이 차곡히 쌓여갈 때 쯤 각자의 내일을 위한 아쉬운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시간 속에 어쩌면 불편할 수 있는 이 경험이 왜 즐거운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대개 학교, 동아리, 관심사, 회사 등의 최소 하나의 공통점을 이유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데 동행은 단지 같은 곳을 여행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이기에 각자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다채로웠다. 살면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직군에서 일을 한다거나 이러한 이유로도 이 곳에 올 수 있구나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다양한 삶을 마주할 수 있기에 그 과정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그들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의 선택지가 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인 즉슨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해선 내가 알고 있는 방법 외에도 다른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여행을 통해 누군가는 인생이 바뀌었다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일 거라 추측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고도 많은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페이지를 채워가며 살아간다. 그 페이지의 모양과 내용은 제각기 다르지만 서로의 삶 속에서 배움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의 페이지에 채워넣고 이따금 꺼내보며 적용해보며 살아간다면 분명히 나의 페이지 또한 아름다운 색채로 채워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