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누구가 되기 위해선
여행의 시작은 재밌게도 꽤 막연했다.
20대 초반부터 뚜렷한 근거 없이 해외에서 잘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불쑥 불쑥 밀고 올라왔다.
또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다 넓히고 싶단 생각 또한 머릿 속 한 곳에 늘 존재감을 표현해왔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한 번 사는 삶 보다 더 넓고 현명한 관점으로 살아가고 싶단 욕구로부터 나온 목표는 사회의 여러 경험과 지식을 먹고 몸집을 불려 세계 여행이란 거대한 꿈이 되어 나의 계획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0대 후반의 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여기서 더 미뤄지게 되면 난 결국 사회의 시선에 눌려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떼는 것을 고민하다 결국 주저 앉겠구나. 핑계들을 방패 삼아 살아가다 용기 내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하며 잔뜩 작아져 있을 미래의 내 모습이 눈 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그 핑계를 잔뜩 갑옷처럼 두르고 커다란 꿈만 잔뜩 짊어진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미래의 내 모습이 무서워 현재의 나는 빠르게 내 현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느꼈던 모습이 선명해지니 현재의 나의 등을 미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남들은 여행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는데, 사실 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내 세상에서 나와 떠나는 나와 다시 돌아올 나는 무언가라도 바뀔 것이라는 꾸준한 자아 성찰과 고민을 통해 쌓인 이상한 나의 촉은 세계로 뗄 나의 발걸음을 재촉 하게 만들었다.
고로 난 28인치 캐리어 하나와 20인치 캐리어를 양 손에 나눠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흐릿한 형태만 잡아둔 여행은 어느덧 선명한 하나의 장면이 되어 내 눈 앞에, 현실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