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의 스마트폰 관리

본인 인증, 위치 공유, 성년후견인제도, 피싱, 갤러리

by 솔바람


- 어르신에게도 장시간의 스마트폰 이용은 해롭습니다.


뭐든지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 다닐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붙들고 몇 시간 고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풀리는 문제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의 문제들은 정답이 없어서 어디까지 고민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누구든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고, 치매 어르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분실이나 피싱의 위험은 어떻게 방지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엄마에게도 스마트폰은 세상과의 소통 창구이자 놀이 도구이자 엄마 머릿속에서 잊히는 일들을 다시 확인하고 읽어볼 수 있는 든든한 도우미입니다. 물론 안과 의사나 신경과 의사 모두 장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은 눈에 좋지 않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데다가 치매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안과 의사가 덧붙였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어린이들에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인 것처럼 이제는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그만 보시라는 잔소리를 많이 하게 돼요. 그런데 또 스마트폰을 그만 보시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그럼 뭘 하냐?’고 반문하시죠. 그 말도 맞잖아요. 사실 할 게 없어요. 참, 이게 곧 우리의 미래인데 쉽지 않네요.”



- 통화, 메시지, 단톡방


어쩌다 지인에게서 안부 전화라도 오면 엄마가 참 좋아하십니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얘기는 잘 못하셔도 다른 질병 (엄마는 더 이상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방광암) 때문에 요새 사람 만나기 어렵다고 하면서 반가움을 전합니다. 서로 따뜻한 마음으로 나누는 한마디 말이 엄마에게도 좋고 긍정적인 파동을 만들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만 해도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짧은 답장을 위해서 오래 고민하는 데다가 답장을 했는지도 헷갈리고 특히 언제 온 메시지인지 몰라서 몇 달 전, 몇 년 전 메시지에 뜬금없이 답장을 쓰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메시지가 유용할 때가 많죠. 엄마께서는 예배가 끝나면 격주로 언니를 만나는데 언니가 미리 전화하고 제가 가시기 전에 여러 번 얘기해도 기억을 못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연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제가 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제가 미리 문자와 카톡을 보내 놓습니다.


[엄마, 언니가 교회로 갈 거예요. 예배 끝나면 언니에게 전화하면 돼.]


불안한 마음으로 저에게 연락하려던 엄마는 대신 언니에게 전화를 겁니다. 가끔 엄마께서 누가 만나자고 했다고 하시면 제가 메시지를 찾아보고 일정을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엄마께서는 주위 분들에게 메시지로 연락 달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잊어버려도 다시 찾아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에 비해 단체채팅방은 조금 더 애매합니다. 엄마와 직접 상관이 없는 메시지들이 많다 보니 정리되지 않은 서랍 안처럼 엄마를 불안하게도 합니다. 가끔 지인이 해킹을 당한 듯 이상한 메시지가 오는 경우도 있어서 잘못된 링크를 누를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저에게 물어보시고 함부로 링크를 누르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더이상 필요가 없는 단톡방 몇 곳은 정리를 하듯 조용히 나왔습니다.


- 택시 이용


그렇지만 요새 누가 스마트폰을 연락할 때만 쓰나요. 이제 엄마께서 직접 택시 앱을 이용하실 수는 없지만 엄마 스마트폰에는 택시 앱이 깔려 있습니다. 가끔 지인을 만나고 오시는 길에 상대방에게 부탁하면 집까지 수월하게 올 수 있어서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리 신용카드를 등록해 놓아 현금이 필요 없으니 그것도 편하죠.


- 위치 공유


저에게 유용한 앱은 위치 공유 앱입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배회감지기 등을 대여할 수 있지만, 아직 엄마께서 자주 다녔던 장소는 별 불편 없이 다니시고 실종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종을 방지하기 위한 배회감지기, 인식표, 사전 등록 등에 관한 내용은 치매안심센터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https://seoul.nid.or.kr/m/information/absence/list.aspx


엄마께서 아파트 단지 내에 산책을 자주 나가십니다. 원래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걷기도 하시고 운동 기구도 이용하시는데 오래 걸으실 때는 한 시간이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시간이 가깝도록 돌아오질 않으셨습니다. 저녁 시간이 지나서 전화를 해도 받질 않으시니 어찌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단지 내에서 길을 잃은 적은 없지만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으니 안심이 되지 않아서 평소에 자주 이용하시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을 둘러보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 여기저기 살펴보는데도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별일 없겠지’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에 돌아와서 잠깐 기다리다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받으셨어요. 괜히 염려의 마음이 짜증이 되어 삐질 흘러나왔습니다. 엄마께서는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읽다가 잠깐 졸았던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위치가 공유되면 좋겠다 싶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찾아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이 Life360이라는 앱이었는데 다른 좋은 앱도 많겠죠. 저는 무료 기능만 사용 중입니다. 위치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도상에서 가족과 친구의 실시간 위치를 손쉽게 확인하고 소중한 사람이 집, 직장 또는 학교에 도착하거나 외출할 때 장소 알림을 받는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비용을 결제하면 다른 기능들도 있겠지만, 저는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주간보호센터 셔틀로 지하 주차장에 오시면 혼자 올라오시는데 가끔 좀 늦는 날이 있습니다. 앱으로 확인하면 센터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간편합니다.


- 본인 인증과 금융 앱


코로나 팬더믹을 겪으면서 온라인으로 본인 인증을 한 후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니 편한 면도 있지만 다양한 앱을 깔아야 하니 염려가 되는 면도 많았습니다. 65세 이상 할인 티켓을 사려고 해도 본인 인증이나 앱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엄마께서 여러 종류의 확인 메시지만 받아도 혼란스러워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호자 없이 외부에 계시는 시간이 긴 편인데 핸드폰에 설치된 많은 앱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엄마도 항상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인터넷 뱅킹도 점점 어려워져서 더 간편한 금융 앱도 이용하는데 밖에서 충전하려고 핸드폰을 맡기기도 하고 핸드폰 이용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안이 염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더 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가 늘어납니다. 앱을 설치하고 이용하는 것도 그렇지만 고객센터에 문의할 일이 생겨도 담당자와 본인 확인을 한 후 저에게 전화를 넘겨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엄마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된다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원의 성년후견제도 설명: https://help.scourt.go.kr/nm/min_3/min_3_12/index.html >


엄마께서는 현재는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셔서 이 제도를 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금융기관도 직접 방문해서 업무를 처리하면 되므로 법원에 증빙자료를 보고해야 하는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면서 불필요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하다가 본인 인증이 필요한 업무 처리를 위한 세컨드폰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엄마께 제안했습니다. 엄마께서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오래된 공기계가 있어서 알뜰폰 유심을 신청하고 최저 요금제를 이용하니 비용도 한 달에 몇천 원이면 해결되었습니다. 세컨드폰은 집에 놔두고 본인 인증이 필요하거나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만 이용하십니다.


타인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면은 있지만 제가 딴 마음을 먹고 제멋대로 엄마의 핸드폰을 이용할 위험은 커집니다.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치매 어르신이 언젠가 마주치는 어려운 결정일 것입니다. 조심스럽지만 결국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와의 관계, 주보호자와 다른 가족 간의 관계가 얼마나 편하고 믿음이 있느냐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겠죠. 돈이라는 것이 참 무서워서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고, 그 서운한 마음은 물이 새는 둑의 구멍처럼 처음에는 작아도 결국 가장 가까운 관계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인이 치매 증상이 있었는 아버지의 금융자산이 사라지고 보험금 수익자가 부양하던 형제의 이름으로 변경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여서 어느 만큼이 아버지의 뜻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법으로 다투고 싶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미리 성년후견인을 지정했다면 어르신의 자산을 처분할 때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어르신을 지원하고 상속인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새로운 사진, 옛 사진


요즈음 엄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사진을 훑어보시는 일입니다. 가족이 모여도 꼭 사진을 찍자고 하시고 저의 핸드폰으로 찍으면 보내 달라고 하십니다. 오늘 누구를 만났고,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으며, 몇 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볼 때마다 새로워하실 때가 많습니다. 엄마에게 사진이 저장된 갤러리는 이미지로 쓴 일기이고 회상이며 사랑입니다. 얼마전 첫눈이 펑펑 내리던 날 새하얀 광경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얘기를 집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여러 번 하십니다. 눈 내리던 날의 뽀송한 기억인지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자주 보는 덕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겠죠. 엄마의 생각 조각 하나가 예쁘게 칠해진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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