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돌봄: 건강하고 맛있는 세 끼 식사

하루 세 번의 즐거움

by 솔바람

건강한 식습관은 치매 증상이 있거나 없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젊거나 누구에게나 중요하겠죠. 비슷한 내용을 이전 포스트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몇 가지 원칙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까 합니다.


*건강한 생활이란 [https://brunch.co.kr/@lucidveil/25 치매, 만성질환 중증질환]

*건강한 세 끼 [https://brunch.co.kr/@lucidveil/12 치매 어르신의 일상: 안전과 건강]


- 즐거운 식사 시간

이전 포스트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건강을 위해 충분한 채소를 섭취하고, 육류의 섭취를 제한하면서 단백질이 포함된 식단을 구성하고, 달거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초가공식품 (가당 음료, 스낵, 햄, 인스턴트 식품 등)을 먹지 않을 것을 권유한다고 적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어르신이나 젊은 사람들이나 똑같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력이 약해지는 어르신을 위해서는 우선 맛있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마께서 패혈증으로 입원하셨을 때 당뇨가 있는 엄마를 위해 환자식으로 당뇨식을 신청하였습니다. 딱 봐도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식단이었는데, 엄마께서 맛이 없어서 먹지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감염내과 전문의께 일반식으로 바꾸어도 되냐고,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드실 수 있는 것은 다 드세요.”


강한 항생제를 쓰고 있어서 몸이 피로하고, 소화가 어렵고, 입맛도 없으실 거라고 했습니다. 당수치가 관리가 되고 있으니, 뭐라도 잘 드시고 회복하시라고 따뜻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때는 일시적으로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라서 더 어려웠지만, 결국 맛있게 잘 드시는 음식이 보약이겠지요. 어차피 초가공식품이나 적색육 (소고기, 돼지고기, 혹은 이런 재료를 이용한 가공육)은 소화도 잘되지 않으므로 많이 먹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그 이외는 큰 제한 없이 맛있게 식사하려고 합니다.


좋은 건강보조식품도 많고, 마치 만병통치약 같은 수퍼푸드도 많지만, 과하면 해가 되는 경우도 많고 다양하게 먹으면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서 좋은 음식 하나를 골라 먹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물릴 수 있어서 식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75% 정도 유당불내증이 있으므로 유제품 섭취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께서는 우유는 드시지 않고 요거트를 먹는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저는 엄마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과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아직 엄마께서 식사도 잘하시고 잘 걸으시고 다른 고민 없이 기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음식


영양학자들이 설명한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 중에 간단하고 적절하다고 생각된 것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형태가 보이면 제일 좋고, 제품이라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재료가 많이 든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이 주스를 먹는 것보다 좋고, 주스라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든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은 좋지 않겠죠.



- 식품 라벨 읽기

저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식품 라벨 읽는 법을 잘 배우면 국가의 의료비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두유 두 제품의 포장지에 적혀 있는 원재료와 영양정보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들여다보면 곧 익숙해집니다.


두유 A는 콩으로 만든 원액두유와 약간의 소금만 들어가 있습니다.



두유 B도 두유액이 91% 이상으로 단백질도 많이 든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비타민 D, E, 칼슘 등도 첨가하였습니다. 두유액이 아닌 약 9%의 첨가물 중 가장 많은 것은 백설탕, 정제수, 옥배유, 대두유...... 순입니다. B가 맛있는 두유를 먹으면서 비타민도 보충하는 제품이지만 저는 두 제품 중 골라야 한다면 A를 고를 것입니다. B는 설탕 때문에 당류 함량도 높고, 첨가물 종류가 많습니다. 대신 A가 맛이 없다면 다른 제품을 찾아볼 것입니다.


- 단백질 섭취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지만, 또 탄수화물보다는 소화가 쉽지 않아서 엄마와 제가 좋아하고 알레르기가 없는 요리가 쉬운 재료 몇 가지를 항상 구비하는 편입니다.


콩류: 두부, 렌틸, 검은콩, 완두콩, 병아리콩, 낫또, 두유 등

유제품: 플레인 요거트, 그릭 요거트, 치즈 등

달걀

견과류

버섯


- 많이 먹어도 되는 간식으로


얼마 전에 엄마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맛집에서 저녁 밥을 사서 집에 왔는데 한 시간쯤 전에 주간보호센터에서 집에 온 엄마께서 이미 케이크와 쿠키를 많이 드셨습니다. 당뇨라 조심해야 하는데 연말이라 손님들이 와서 집에 디저트류가 많다 보니 하나를 드시고 헛헛해서 또 하나 드시고, 또 하나 드시고, 하나만 먹었던 것 같아서 하나 더 드신 것 같았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말투가 거칠어졌습니다. 그날 하루 때문은 아니지만 얼마 전 검사에서 당화혈색소 수치도 조금 올라갔습니다. 웬만하면 집에 많이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은 두지 않는 편입니다. 케이크가 없으면 두유나 과일, 밤, 견과류 등을 간식으로 찾아드시는데 케이크처럼 맛있지 않으니 과식하시진 않습니다.


- 밥 없는 한 끼


아무리 봐도 한식은 참 좋은 음식입니다. 잡곡밥에 김치, 다양한 나물 반찬과 생선 한 토막을 먹으면 맛있으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건강식으로 인기 좋은 아시안 볼도 밥에 다양한 반찬을 올려 섞어 먹는 비빔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밥을 중심으로 식사하면 배가 불러 다른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기 어렵고 좀 짠 반찬이 당겨 한 끼 정도는 밥 없이 먹으려고 합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항상 점심을 한식으로 드시니 계속 비슷한 음식을 드시면 지겹기도 합니다.


저는 되도록 요리 시간이 짧은 일품요리 위주로 만들려고 해서 다른 분들보다 예쁜 상을 차려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나누는 의미로 자주 먹는 몇 가지를 올려봅니다.


[야채를 듬뿍 넣은 오믈렛]


호텔에서 조식으로 먹는 오믈렛은 예쁘고 맛있지만, 저는 편하게 만드는 계란 요리를 좋아합니다. 양파를 볶다가 계란과 어울리는 버섯이나 파프리카, 애호박, 감자 중에 냉장고에 있는 야채 하나를 많이 넣고 같이 볶습니다. 야채가 익으면 계란을 두세 개 넣고 스크램블처럼 휘휘 젓다가 치즈를 약간 넣어 간을 맞춥니다. 예쁘진 않지만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요거트의 이용]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플레인요거트나 그릭요거트를 오믈렛에 곁들이는 소스나 야채를 찍어 넣는 소스로 이용합니다. 그릭요거트에 다진 마늘 약간, 소금 아주 조금, 레몬즙을 넣으면 차지키라는 소스가 됩니다.


[두부면, 곤약면 등 이용]

두부면과 곤약면을 요리에 넣으면 약간 비린 경우가 많은데, 파스타 토마토소스를 좀 진하게 만들어서 스파게티 면 대신 넣으면 괜찮았습니다. 양파, 마늘을 볶다가 가지를 넣어 볶고, 토마토소스에 고춧가루를 넣은 아라비아따를 특히 좋아합니다.


[후무스와 피망가지소스]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 소스나 피망과 가지를 구워 만든 소스를 야채나 빵에 곁들여 먹습니다.


[연어회 쌈]

연어회를 듬성듬성 썰고 쌈무, 무순, 단무지, 파, 깻잎을 와사비 간장에 곁들여 김에 싸 먹습니다.





먹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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